‘크누트 슈미트-닐센’은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동물생리학 분야에서는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한다. 노르웨이 태생의 그는 50여 년 동안 사막과 열대우림, 혹한의 극지를 누비며 숱한 동물들의 생명기제를 독창적인 방법으로 연구해 독보적인 업적을 남긴(그리고 지금도 쌓아가고 있는) 학자다.
그의 책 ‘낙타의 코’(이한중 옮김, 솔 출판사, 1만1,500원)는 여러 장르의 경계에 놓인 책이다. 일반인을 위한 동물생리학 에세이이면서, 필자의 자전적 삶의 기록이기도 하다. 현대 동물과학이 밟아온 척박한 경로에 대한 고백이자, 과학이 세상과 소통하는 과정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다양한 글의 맛들이 별도의 장(章)으로 나뉘지 않고 뒤섞여있다. 이 형식은 아마도, 그의 과학자로서의 삶이 다른 부분들과 불가분의 관계인 까닭일 것이다.
이 21세기 ‘시턴’(1860~1946.‘늑대왕 로보’등 동물 소설을 주로 쓴 미국의 소설가)은 자신의 삶을 지탱해준 단 하나의 의문사가 ‘어떻게’였다고 적었다. ‘달팽이는 어떻게 메마른 사막에서 물과 먹이를 찾을까?’ ‘낙타는 어떻게 뜨거운 사막에서 며칠간 물을 안 먹고 지낼까?’ ‘황제 펭귄은 어떻게 남극처럼 추운 곳에서 알을 부화시킬까?’
이제 이 같은 의문들은 단 몇 분의 지식검색으로도 풀릴 것이다. 하지만, 왜 그가 일생동안 생사의 경계를 찾아 다니며 그 ‘어떻게’의 삶을 이어왔는지는 오직 그 자신만이 대답할 수 있는 항목일 것이다. 상인에게 속아 늙고 병든 낙타(실험용)를 샀다가 고기로 팔아야 했던 일 등 온갖 실패와 좌절, 이혼의 상처, 딸의 친구와의 사랑과 결실 등 책에는 이 노학자의 뜨거운 삶의 희로애락이 스며있다. 그는 책 전체를 통해 자신의 ‘어떻게’가 인간의 삶에 대한 ‘어떻게’라는 질문에 닿아있음을, 암시적으로 이야기한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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