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한국영화 의무상영 일수가 146일에서 73일로 줄어든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희생양으로 스크린쿼터 축소가 발표된 지 5개월 만이다. 영화계와 정부 간 갈등은 계속돼 왔고, 앞으로도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영화인은 이제 한국영화의 추락이 시작됐다면서 축소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정부는 한국영화가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영화진흥책을 통해 극복하겠다고 설득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영화산업 발전기금 4,000억원 조성과 예술영화 전용관 100개 건립안을 영화진흥책으로 제시했다. 해외수출지원 시스템구축, 영화 투자조합 출자방안도 보태졌다.
그러나 영화인들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오히려 7월 1~3일 촬영중인 영화제작을 전면 중단하고 대규모 축소반대 집회를 열 계획이다. 그들은 축소가 발표된 직후부터 한국영화가 외면 당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1월에 78%였던 한국영화 점유율이 5월엔 32%로 계속 떨어져 왔다. 영화를 잘 만들어도 스크린쿼터가 없으면 한국 영화가 버틸 수 없다. 축소 시행을 앞두고 극장들이 한국 영화의 저력을 기다려줄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스크린쿼터 축소로 인해 한국영화가 황폐화하리라는 전망은 여러 갈래로 나오고 있다. 대작이나 저예산 영화로 양극화하는 대신 중급 영화가 설 자리가 좁아져 다양성이 줄어들고, 그것이 한국영화의 추락을 채찍질한다는 것이다. 또 영화 수익성이 낮아지면 투자자의 의욕도 줄고, 그것이 악순환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영화계가 가장 기대를 거는 대안은 스크린쿼터 비율이 시행령이 아닌 모법에 규정되도록 영화진흥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여ㆍ야당이 수용할지 미지수다. 정부는 한국영화 쇠퇴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진흥책을 구체화하면서, 영화계를 설득해 가야 할 것이다. 영화계가 진통을 겪는 지금, 그들을 위무할 큰 힘은 한국영화에 대한 일반 관객의 변함없는 사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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