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15년형→가석방→재구속→8ㆍ15 특사→또 구속→10년형.
환갑을 감옥에서 맞았던 ‘큰 손’ 장영자(62)씨가 칠순마저 감옥에서 맞을 것 같다. 지금껏 장씨가 감옥에서 해를 넘긴 것만 20번. 이런 장씨에게 10년형이 또 확정됐다. 과거 범죄의 남은 형기를 마치고 이번 형이 확정되기까지 구속된 기간을 빼더라도 앞으로 8년 넘게 더 수감생활을 해야 한다.
장씨가 처음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것은 1982년, 신군부의 서슬이 퍼럴 때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삼촌을 형부로 두었던 장씨는 고위층과의 관계를 과시하며 자금난에 빠진 기업들에 현금을 대주고 빌려준 돈의 2~9배에 달하는 어음을 받았다. 안기부 차장을 지낸 남편 이철희(81)씨도 그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장씨는 어음을 사채시장에서 현금으로 바꿔 거액의 차익을 챙기다 어음을 발행한 기업들이 잇따라 부도를 내 어음 소지자들에게 7,0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혔다. 이는 ‘단군이래 최대 어음 사기’로 기록됐다. 장씨는 이 사건으로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 받았다.
장씨에게도 기회는 2번 있었다. 장씨는 수감 10년째인 92년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2년도 안돼 사위인 탤런트 김모씨의 회사가 장씨가 배서한 어음으로 부도를 내는 바람에 재구속됐고 98년 8ㆍ15 특사로 다시 석방됐다.
하지만 2000년 5월 200억원대 구권(舊券)화폐 사기 사건이 터지면서 또 다시 감옥 신세를 졌다. 구속되기 한달 전 채권 투자 명목으로 돈을 빌려 45억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았다.
장씨는 이 두 사건으로 1심에서 각각 징역 3년과 2년을 선고 받았으나 이를 합쳐 심리한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 가석방이나 형집행정지로 석방된 기간 동안 근신은커녕 사기행각을 되풀이하고 80평 호화 빌라에 살면서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등 반성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중형 선고의 배경이 됐다.
장씨는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 3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30일 “여러 정황을 살펴볼 때 원심의 형은 적절하다”며 기각했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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