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있었던 열린우리당 워크숍 풍경은 의외였다. 5ㆍ31 지방선거에 참패한 지 한 달 만에 처음 열리는 만큼 참여정부와 우리당의 위기와 향후 노선을 놓고 불만이 쏟아지면서 살벌한 장면이 벌어질 지 모른다는 예상이 빗나갔다. 선거책임론을 제기하며 그간 청와대와 당 지도부를 궁지로 몰았던 초선 의원들의 쓴 소리가 없지않았지만 대체로 차분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던 노선갈등 등 내부논쟁도 별로 치열하지 않았다.
불과 하루 전 지도부가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 만찬을 한 데 이어 이날 아침 당정협의를 통해 재산세 인상폭 축소를 발표하는 등 때마침 부동산세제 보완 대책들이 발표되면서 분위기가 한결 누그러졌기 때문이다.
당초 밤 9시로 예정됐으나 오후 6시까지만 압축토론을 하자는 김근태 의장의 제안이 받아들여져 지면서 난상토론도 확 줄었다. 한 초선 의원은 “판만 벌어지면 목소리를 높이던 의총꾼들도 이번에는 별로 보이지 않더라”며 달라진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물론 차분한 가운데서도 내부 비판은 따가웠다. 특히 과거와 달리 발언대에 선 중진 의원들의 질책과 반성은 매서웠다. 재선으로 김 의장과 가까운 이호웅 의원은 ‘5.31 지방선거 평가와 이후 과제’라는 발제문에서 “이번 선거결과는 정부여당의 통치스타일에 대한 반발이자 무능과 무관심에 대한 추궁이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집권세력이 방대한 국가기구를 운영하는 데 미숙과 무능함을 드러냈다(최장집 교수)”는 등의 외부 평가도 전하며 참여정부의 슬로건이었던 중산ㆍ서민층을 위한 정치의 실패를 토로했다.
3선의 이미경 의원도 “정책 혼선과 내부분열이 지지도 하락의 결정적 원인이었다”며 “거대여당으로서의 결단력, 추진력, 야당과의 협상ㆍ조정력 모든 부분에서 능력제고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한 여론조사결과를 인용하면서 “한나라당은 보수와 안정이라는 이미지가 분명한 대신 우리당은 서투르고 일관성 없으며 정책에 대한 매듭이 없는 혼란스런 이미지로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의원은 ‘민주대연합론’과 같은 인위적 정계개편보다 국민신뢰회복이 우선이라고 역설했다.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개혁에 대한 국민과의 소통실패를 문제 삼았다. 강 의장은 “개혁의 목표에 대해 진솔하게 국민 설득에 나서야 한다”면서 “부동산만 하더라도 ‘앞으로 더 큰 세금폭탄이 나올 것’이라고 말하면‘잘 사는 사람을 때려잡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부터 받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후 자유토론에서도 의원들은 당의 거듭남을 촉구하며 지도부를 채찍질했다. 안영근 의원은 “국민들이 민노당을 놓아두고 왜 우리당을 좌파라 생각하는지 반성해야 한다”면서 “이념문제만큼은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고 말했다.
양형일 의원은 “작은 고비(부동산문제)를 넘겼다고 지도부가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채근했다. 이종걸 의원은 “우리당은 말조심부터 해야 한다”고 당론과 상관없이 나오는 딴소리를 꼬집기도 했다. 의원들은 의식적으로 돌출발언을 자제하고 화합에 신경 쓰는 기색이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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