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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선생님, 이제 끊어야겠습니다

입력
2006.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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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생님. 오늘 저는 참 어두운 마음으로 편지를 씁니다. 교직을 그만두고 이젠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는 제가 현장에서 치열하게 수고하시는 선생님께 이런 제안을 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더 늦기 전에 말씀 드려야겠다 싶었습니다.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지금 체벌 문제가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서운합니다. 우리도 좋아서 하는 체벌이 아니며, 그 또한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줄어들었습니다. 학창 시절, 제 친구를 발가벗겨 놓고 교단 위 의자 위에 올려 매질을 하시던 선생님을 저는 기억합니다. 그리고 M1 소총 개머리판으로 머리를 때리던 선생님, 성적이 떨어졌다고 쇠파이프로 때리던 선생님 등을 회상하면, 요즘 사정이 나아진 것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나아진 현실에도, 체벌로 인한 분노를 인터넷에 쏟아붓는 아이들, 자식이 당한 피해로 교사를 증오하며 사는 부모의 울분 앞에서는 할 말이 없어집니다. 체벌이 많이 줄었지만 피해 아이와 부모에게 있어서 '체벌 감소 통계치'는 무의미합니다.

이제 체벌은 사라져야 하며, 체벌금지법 도입도 생각할 때입니다. 그것은 학생은 물론이요, 교사를 지켜주는 길입니다. 2004년 4월 H여중에서 체벌과 관련, 증언에 나섰던 선생님이 투신자살한 사건을 접한 후부터 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체벌 당사자도 아니었는데 해당 교사에게 유리한 증언을 했다는 이유로 비난받아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끊은 사실이 제게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체벌에 관한 한 아이들과 부모들이 피해자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그 사건을 접하고 나서 교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을 떴습니다. 그 후로 교직생활 15년 간 저를 붙들던 체벌 옹호론의 끈이 사라졌습니다.

사실 체벌의 피해로부터 교사들은 모두 자유롭지 않습니다. 우리의 권위에 도전하는 아이들, 매를 들지 않으면 안될 힘겨운 수업 속에서, 우리는 자주 체벌의 선택을 강요받습니다. 체벌 때문에 옷을 벗는 교사가 있고 어떤 교사는 무사히 넘어가지만 그것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합니다. 이성을 잃은 한 순간의 실수로 수십 년간 쌓았던 명예를 잃을 위험은 우리 모두의 앞에 놓여 있습니다.

체벌금지법은 교사를 위해서도 유익합니다. 체벌이 '가능한 선택'에서 '금지된 불법의 영역'으로 분류되면 그로 인한 사고와 피해 교사의 수는 현저히 줄어들 것입니다. 또한 체벌이 교수 방법의 합법적 영역에서 배제되는 순간, 교직을 건 위험한 줄타기에서 벗어나는 '자유'를 느낄 것입니다.

물론 그 대신 체벌을 필요로 했던 생활지도의 세세한 규정은 대폭 없어져야 합니다. 체벌로 때워 왔던 교수학습방법의 사각지대를 다른 것으로 채워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것이, 체벌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하루빨리 우리에게 익숙한 권한을 내려놓고 체벌을 강요하는 교실 수업의 문제를 국민들과 풀어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기에는 학부모들이 미덥지 못하다는 그 불신의 마음이 바로 교사를 향한 국민의 마음이 아닌가 생각해 보니, 이제 이 악순환의 고리를 우리가 먼저 끊어낼 때가 되었습니다. 김 선생님, 더운 여름 건강하십시오.

송인수 좋은교사운동 대표ㆍ전 구로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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