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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장님들의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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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장님들의 노조

입력
2006.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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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우리은행의 3급 이상 간부들이 서울지방노동청으로부터 노동조합 설립증을 발급받았다. 은행에서는 지점장급, 일반 기업으로 치면 보통 수십 명씩 부하를 거느린 부장들이 모여 노조를 만든 셈이다.

‘철없는’ 부하직원들의 파업을 앞장서 말리던 관리자들이 어떻게 노조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초대 위원장을 맡은 조상원 업무추진역은 “역마진이 나는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강요하다가도 얼마 후 부실이 드러나면 가차없이 한직으로 발령을 낸다. 부상병도 상처가 나으면 다시 전선에 투입되는 법이지만 우리는 대부분 용도폐기 되어도 막아줄 안전장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파업 같은 건 계획이 없다”고 했다. “노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경영진이 신경을 쓸 것”이라는 바람이다. “구체적인 경영진의 횡포를 설명해달라”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여전히 ‘위아래의 눈치를 보는’ 관리자이기 때문이리라.

당장‘월급도 대접도 받을 만큼 받는 양반들이 무슨 노조냐’는 거부감도 들었다. 그들도 이런 인식을 부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이 호소하는 스트레스의 이면에서 갈수록 무한경쟁에 내몰리는 우리사회 직장인들의 슬픈 자화상이 떠오른다.

매달 은행장들은 월례 조회사를 통해 우수한 실적을 낸 간부들을 치켜세운다. 면면을 살펴보면 몇 달 연속 1위, 매월 몇 백%씩 실적을 늘린 ‘수퍼맨’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칭찬받는 몇 명과의 경쟁에서 밀려난 동료 지점장과 실적이 나빠 영업지원 부서로 들어앉은 직원들은 이보다 휠씬 많다. 어느 쪽이 우리사회 평균 모습일까.

관리직 노조를 탄생시킨 냉혹한 현실은 특정 회사에만 국한된 특수한 사정은 아닐 것이다. 뾰족한 대책도 없이 이런저런 이유로 표류하고 있는 중년세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개인적인 아픔이자 국가적 낭비임에 틀림없다. 그들의 경험과 열정을 살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

김용식 경제부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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