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에 대해 전반적으로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법 취지를 인정하면서도 일부 불합리한 규제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 신문의 공적 기능 강조
헌법 2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헌재도 “언론자유에 신문자유가 포함됨은 물론”이라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신문은 국가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다수 신문의 존재는 민주주사회의 필수 불가결한 존재”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헌재는 신문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자유에 수반하는 공적 기능이 필요하고 그 기능보장을 위한 입법적 규율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문의 공적 기능이란 결국 민주적 의사형성에 있고, 이는 곧 다양성의 보장이라고 헌재는 밝혔다.
청구인들은 “방송과 달리 신문은 국가의 간섭에서 자유로운 신문들이‘논조와 이념’으로 경쟁함으로써 다양성 보장은 저절로 된다”며 “국가의 개입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에 대해 ‘신문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적절한 규율은 모순이 아닌 상호보완’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이 같은 이유로 ‘다양한 의견을 균형 있게 수렴하라’는 신문법 3,4,5조에 대한 헌법소원을 각하했다. 편집위원회 설치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역시 각하했다. 해당 조항이 ‘선언ㆍ권고적’ 조항이고 위반에 대한 제재규정이 없는데도 이를 가지고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은 개별 언론사의 자유만을 강조, 언론사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신문사의 방송사 겸영 금지도 시장의 건전한 경쟁을 막고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편이지, 신문자체를 옥죄는 것이 아니어서 합헌이라고 헌재는 결정했다. 다만 신문의 복수 소유로 인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아 신문 복수 소유를 제한한 조항에 대해서는 위헌성을 인정, 입법자가 법을 고치도록 했다.
■ 규제방식 합리적이어야
언론중재법에 대한 헌재의 판단도 언론사의 공적 기능에 대한 인식의 연장선상에 있다. 헌재는 정정보도 청구권을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으로 결정했다. 언론사 보도에 고의ㆍ과실이 없더라도 피해자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정정보도 청구사건의 가처분 절차에 대해서는 위헌결정을 내렸다. 언론보도 피해자의 정정보도 청구 요건은 폭 넓게 인정하되 구제 절차는 가처분이 아닌 본안소송으로 엄격히 하도록 해 언론자유의 위축을 막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헌재는 일반 업종에 비해 신문의 시장지배적(독과점적) 사업자 기준을 강화한 조항에 대해선 ‘규제 방식의 불합리’를 이유로 위헌을 결정했다. 발행부수만을 기준으로 신문시장의 점유율을 평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신문은 독자 개개인의 개별적ㆍ정신적 선택인데 이를 가지고 일반 상품보다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헌재의 위헌 결정은 현재 신문시장 내 ‘자전거신문’, ‘상품권신문’이라는 불공정 관행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신문도 하나의 상품이고 이를 선택하는 것은 결국 독자의 몫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공정거래법은 1개사의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이면 독점, 3개사 합계 시장 점유율이 75% 이상이면 과점으로 규정하지만, 신문법은 1개사 30%, 3개사 60% 이상이면 독과점으로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