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나서면 왜 나는 작아지는가.’
축구선수들의 ‘꿈’이라는 월드컵 본선. 그러나 ‘꿈의 구장’에만 나서면 힘을 못 쓰는 선수들이 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으로 기대를 잔뜩 모았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해 체면을 구긴 ‘비운의 스타’들은 독일 월드컵에서도 어김 없이 나타났다.
‘체코축구의 심장’ 파벨 네드베드(유벤투스)는 ‘나와 월드컵은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 만을 확인한 채 대표팀에 작별을 고했다. 네드베드는 데뷔 이후 유럽 최고의 미드필더라는 찬사를 들어왔지만 월드컵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1990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체코가 번번히 지역예선통과에 실패했기 때문.
유로2004 이후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던 그는 지난해 유럽지역예선 막판 대표팀에 복귀, 꿈에 그리던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네드베드는 월드컵 본선에서 명성에 걸맞는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네드베드는 조별리그 세 경기 모두 풀타임으로 출전했지만 어시스트 1개를 기록하는데 그쳤고 막강 화력을 자랑하던 체코는 가나, 이탈리아전에서 단 한 골도 터트리지 못하는 골 기근에 시달린 끝에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득점왕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네덜란드의 뤼트 판 니스텔로이(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시 조별리그에서 단 한 골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16강전에서는 후보로 전락해 벤치를 지키는 수모까지 당했다. 마르코 판바스턴 네덜란드 감독은 포르투갈과의 16강전 선발 명단에서 그를 제외했고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기용하지 않았다. 올해로 서른 줄에 접어든 니스텔로이는 4년 후 월드컵도 기약할 수 없는 상황. 코트디부아르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터트린 결승골이 그의 유일한 월드컵 본선 득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스웨덴 축구의 희망’으로 불리고 있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유벤투스)는 단 한 개의 공격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하는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192cm의 장신에 걸맞지 않는 기민한 발 재간과 감각적인 슈팅 능력을 지닌 그는 두 번째 나서는 월드컵 본선에서 잠재력을 폭발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트리니다드토바고, 파라과이전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였고 잉글랜드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는 벤치로 밀려났다. 그나마 독일과의 16강전에서 다시 선발 출장의 기회를 잡았지만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한 채 후반 27분 벤치로 물러났다.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의 스트라이커 마테야 케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발칸반도 최고의 킬러’라는 호칭이 무색한 졸전을 보였다. 무득점에 그친 데 더해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는 과격한 플레이로 퇴장 당해 팀을 궁지로 몰아넣는 ‘역적 행위’마저 저질렀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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