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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발과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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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발과 신발

입력
2006.06.2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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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 러닝머신에서 뒤꿈치를 들고 뛰는 짓을 그만뒀다. 급기야 오른발 발등 근육이 상해서 내딛을 때마다 되게 아팠기 때문이다. 참 미련한 짓을 했다. 탈이 커지면 어떡하나, 걱정도 되고 풀이 죽어 터덜터덜 걷는데 막 나를 지나쳐가던 남자가 우뚝 멈추더니 돌아섰다. 그는 소명감에 넘치는 목소리로 거침없이 말을 건넸다.

"신을 제대로 신고 다녀요. 그렇게 구겨 신고 걸으면 관절에도 안 좋고 척추에도 골반에도 병이 생겨요." 내가 머쓱하기도 하고 뜨악하기도 해서 바라보자 그는 "다 경험해서 하는 말이에요" 덧붙이며 엄한 눈초리로 내 발을 지켜봤다. 그 자리에서 신을 고쳐 신길 기다리는 듯. 그의 신발 매무새에 눈길을 둔 채 어정쩡히 서 있자니 그는 마지못한 듯 제 걸음을 옮겼다. 나는 여전히 신을 구겨 신은 채 다시 걸었는데 그가 뒤돌아보는 바람에 움찔했다.

그는 실망한 듯 못마땅한 듯 '몽매한 인간은 할 수 없어' 하는 표정으로 멀어져 갔다. 먼저 내 석연찮은 걸음걸이가 그의 눈에 띄었을 것이고 그래서 내 신을 보았을 것이다. 고맙긴 한데, 홈쇼핑 카탈로그를 보고 산 그 신발은 하도 커서 뒤축을 구겨 신지 않으면 훌러덩 벗겨지고 만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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