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준(73) 전 성신여대 교수가 2003년 작고한 남편 박정수 전 외교통상부장관과의 부부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 ‘함께 못 다 부른 노래’(경제풍월 발행)를 냈다.
전쟁 중이던 1951년 피난지였던 부산에서 경기여고 3학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1학년생으로 만난 이들은 65년 미국 아메리칸대학에서 함께 박사학위를 받은 국내 ‘부부 정치학 박사 1호’다. 귀국 후 남편은 5선 의원으로 국회 외무통일위원장과 김대중정부 시절 초대 외교통상부장관을 지냈고, 이씨는 제9대 국회의원과 한국국제정치학회장을 역임했다.
저자 이씨가 40여년간 써온 일기장을 바탕으로 쓴 책에는 부부의 화려한 이력에서 짐작할 수 있듯 20세기 후반 한국 정치ㆍ외교의 비사들이 곳곳에 녹아있다.
“남편이 생전에 ‘회고록은 아무리 해도 주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 남에게 뜻하지 않은 상처를 줄 수 있으니 내지 말라’고 했다”는 이씨는 “하지만 남편을 5개월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나게 만든 98년 한ㆍ러 외교 분쟁의 숨겨진 진실이나, 숱하게 선거를 치르면서 느낀 한국정치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학자의 입장에서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이씨는 또 “남들 눈에는 ‘튀는’ 삶을 살아온 것 같지만 우리 부부는 가정 안팎에서 평생을 서로 존중하고 아끼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며 살았다”며 “젊은이들에게 내 책이 부부애와 가족의 의미에 대해 한번쯤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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