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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학구열과 교육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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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학구열과 교육열의 차이

입력
2006.06.2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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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에서 박사학위 소유자가 가장 많은 나라라고 한다. 교육을 최우선시하는 한국의 풍토를 생각한다면 이 같은 사실은 그다지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내가 사는 동네만 해도 영어부터 피아노, 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과목을 가르쳐준다는 학원 게시물이나 광고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그들의 자식들이 가장 좋은 학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관심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는 이른바 일류대 입학이 안정적인 삶을 보장받는 길이기 때문이다.

● 강박증적인 한국의 교육열

많은 이들은 이처럼 병적이기까지 한 교육열을 한국이 지난 세기에 이룬 고속성장의 중요한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한국의 교육열이 그 같은 역할을 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국의 교육열은 어느 정도 강박증적인 측면이 있다.

나는 주변에서 많은 어린 학생들이 강제적인 주입식 교육을 받거나 심한 경우에는 스스로 무슨 뜻인지조차 모르는 말들을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곤 한다. 그들에게는 그같은 공부를 위해 좁은 학원 교실에 밤 늦은 시간까지 남아있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다. 결국 한국 학생들에게는 공부는 어떤 지식을 완전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의미의 배움이기보다는 ‘암기’의 동의어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 학생들에게는 학교조차도 정신적 성숙을 포함한 배움의 장이 아니라 암기를 위한 장소일 뿐이다. 그런 태도는 성년이 된 후에도 이어진다. 내가 이 주제를 꺼낸 이유는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니는 한 한국인 친구의 이야기 때문이다.

그녀는 “암기에 중점을 둔 한국식 교육에 익숙해진 까닭에 이해와 깨달음을 요구하는 진짜 공부를 하는 것이 어렵더라”고 했다. 지도교수는 그녀에게 수업 내용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더 깊은 분석을 요구하는데, 그것이 진정한 공부가 어떤 건지 경험해보지 못한 그녀에게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것이다.

내가 다닌 초등학교는 수업시간에 지식을 주입식으로 가르치기보다는 학생들 스스로가 다양한 경험을 통해 공부하고자 하는 의욕을 갖도록 유도했다. 가령 우리는 인형을 만든다거나 다양한 종류의 박물관을 견학했고 심지어는 바다생물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여행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수업 방식은 학생들에게 배우는 일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까닭에 지금도 미국의 대부분 공립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방식의 수업은 공부의 즐거움을 체득한 좋은 경험이었다.

● 즐거운 공부가 진짜 공부

최근 한국학생들 사이에 영어를 배우기 위한 조기유학 열풍이 일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그 학생들이 영어는 물론 호기심과 열정을 가지고 하는 진짜 공부를 경험하기를 바랐다. 배움에 대한 열정은 한국의 교육열과는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육체제에도 변화가 일어나서 한국인들이 그 둘 사이의 차이를 알게 됐으면 한다.

마가렛 키 다국적홍보대행사 에델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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