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나라당 내 화제 중 하나는 이흥주 전 총재특보가 7ㆍ26 재보선의 서울 송파 갑 후보공천에서 힘 한번 못써보고 탈락했다는 사실이다. 두 번이나 당의 대선후보를 했던 이회창 전 총재가 공개적으로 민 핵심 측근인사가 이렇게 밀려날 줄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설마 떨어뜨리겠느냐”는 게 당내 일반적 기류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뜻밖이었다. 이 전 특보는 27일 공천후보자 9명중 4명을 뽑는 1차 예선 표결에서 전체 22표 중 2표를 얻는데 그쳐 탈락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당내 상당수 인사들은 “차기 대선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전 총재에게는 야속하게 들리겠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그가 대선에서 정권을 가져오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많은 의원들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전 총재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차원에서 이 전 특보를 탈락시켰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한 재선 의원은 “불법 대선자금 문제, 즉 ‘차떼기 대선자금’에서 이 전 총재가 아직 자유롭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당시 선거풍토 상 불가피한 측면이 물론 있지만, 다음 대선에서 그런 말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초선은 나아가 “이 전 총재는 강연 등을 통한 현 정권 비판은 한나라당에 맡기고, 불법 자금 문제에 더 반성하고 속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인간적 정리(情理) 때문에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당이 이 전 총재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 전 특보는 총리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남에게 뒤지지 않는 경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회창 사람’인 탓에 탈락한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한편 이 전 특보의 탈락 이후 이 전 총재는 매우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29일 “당쪽에서 누가 찾아왔는데 이 전 총재가 그냥 돌려보냈고 당 지도부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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