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국토 면적이 한반도의 6분의 1에 불과하고 인구가 남한의 절반에 못 미치는 2,200여만명인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회ㆍ경제적 여건이 우리나라와 흡사하다. 특히 보건복지분야는 판에 박은 듯 똑같다. 기대여명의 경우 대만 남자는 73.03세, 여성은 78.02세로 한국의 73.38세, 여자 80.44세와 매우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나가는 전체 의료비의 비율도 우리가 5.9%, 대만이 5.7%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두 나라가 닮은꼴인 것은 다름아닌 건강보험제도이다. 그래서 우리 건보가 최근 맞닥뜨리고 있는 재정부족 문제 등의 해결책을 찾아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모델이기도 하다.
우리와 비슷한 건보 환경
대만의 건보가 우리와 같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된 시기는 1995년이다. 대만은 바로 우리의 국민건강보험제도를 모델로 삼아 전민건강보험제도(全民健康保險制度)를 만들어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모든 계층의 국민이 가입토록 하는 이 제도는 법률상 보험자인 중앙건강보험국에 의해 관리ㆍ운영된다.
전민건강보험제도를 놓고 2004년 대만 정부가 국민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일반 국민의 70%가 만족 한다고 답했으며 환자의 경우 만족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치과 88%, 한의 82%, 양의 83%에 달했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건보를 놓고 같은 조사를 벌인 결과, 만족한다는 응답이 겨우 50%를 넘은 것과 비교하면 매우 큰 차이이다. 어째서 역사가 짧은 대만의 제도가 이렇듯 전폭적인 국민의 호응을 받을 수 있었을까.
중대상병제로 큰 병도 안심
전민건강보험제도의 요체는 중대상병제(重大傷病制)이다. 암 등 중증질환의 경우 건보의 급여비용 중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우리 건보도 지난해부터 암과 심혈관질환 등 몇 개 중증질환의 본인부담비율을 10%로 낮췄지만 대만의 중대상병제와 비교하면 한참 떨어진다. 대만은 무려 100여 개가 넘는 중증ㆍ만성질환을 중대상병 리스트에 올려 본인부담을 완전히 없애줬다. 우리와 달리 선택진료라는 개념이 없는 대만은 그래서 비급여 분야도 매우 적다.
중앙건강보험국 리우치엔샹(劉見祥) 국장은 “발족한 지 12년 만에 국민만족도가 70%가 넘을 수 있었던 것은 중대상병제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며 “현재 전체 국민의 2.9%가 중대상병 등록자로 올라있으며 이들이 총의료비의 25%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액예산제 통해 약제비 절감
중대상병제가 자리잡기 위해선 역시 돈이 문제였다. 대만은 그래서 보험료율이 높다. 8.1%로 우리 건강보험의 4.48%의 2배에 가깝다. 국가의 재정지원도 전체 급여비용의 25% 수준이다. 때문에 국가에선 건보재정을 채우기 위해 매년 100억 대만달러 정도를 은행에서 빌린다. 대만인들이 고비용의 건보를 용인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대만은 이러한 재정부담을 덜기 위해 독일과 비슷한 형태의 총액예산제를 시행하고 있다. 총액예산제는 우리나라가 각각의 의료행위에 대해 수가를 정해 이에 맞는 급여를 건보공단에서 지급하는 형태인 것과 달리 다음 년도에 사용될 분야별 예산의 상한선을 정해놓고 재정사용을 컨트롤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병원 등에서 이 상한선을 넘길 경우 일종의 패널티로 급여가 깎기도 한다.
타이페이= 글ㆍ사진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