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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氣 펴질 못하니…" 초라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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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氣 펴질 못하니…" 초라한 경제

입력
2006.06.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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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없었다.' 2006년 상반기를 마친 한국경제에 대한 평가다. 정치바람에 밀리고, 검찰수사에 치이고, 국민정서에 휘둘리면서, 결국 경제는 실종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선거가 늘 그래왔듯이 5ㆍ31 지방선거로 경제일정은 차질을 빚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연두연설로 시작된 증세논란은 2월 세제개혁안 발표일정을 선거 뒤로 연기시켰고, 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끝나자 조세개혁은 이제 무산위기를 맞고 있다. 사실 선거전부터 계속된 국회파행은 수많은 민생입법 지연을 초래했는데, 이번 단체급식 식중독 파동도 급식법 개정무산과 무관치 않다.

정치바람은 하반기, 그리고 대선이 치러질 내년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힘 잃은 여당, 힘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야당, 그리고 정책마다 불거지는 당ㆍ정ㆍ청 갈등까지 한결같이 경제의 발목을 잡을 재료들 뿐이다. 부동산정책, 연금개혁, 양극화 대책 등 현 정부 핵심 정책들도 공방속에 표류 가능성이 우려된다.

정몽구 회장 구속으로 승승장구하던 현대차는 풍비박산이 났다. 불법행위에 예외란 없다'는 사법정의와 '경제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내내 충돌하는 가운데, 동병상련의 처지일 수 밖에 없는 재계 전체가 숨죽여야 했다.

경제적 충격을 계량화할 수는 없지만 투자심리가 위축됐음은 말할 것도 없다. 현대차 수사는 여전히 진행중이고, 에버랜드 전환사채 문제도 아직 남아있어 '기업의 검찰 눈치보기' 기류는 하반기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감사원감사와 검찰수사의 여파로 공무원들의 '일 안하는 분위기'도 만연하고 있다. 일하면 직권남용 얘길 듣느니, 차라리 일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보신(保身)심리가 팽배, 실질적인 행정공백과 정책부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외환은행의 론스타 헐값ㆍ졸속매각 논란은 반(反)외자정서에 불을 붙였다. 칼 아이칸 연합의 KT&G 경영권공격도 경제적 애국주의를 한층 부추겼다.

여기에 정부의 전격적인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은 반(反)세계화, 반미정서를 더욱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에 외국언론과 기업들은 한국의 반 외국자본 분위기를 문제 삼았고, "이런 상황이라면 한국에 대한 투자를 재고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경제외적 악재 속에서도, 더구나 고유가 환율하락의 충격속에서도 지표상으론 비교적 선전했다. 1분기 6.1%에 이어 상반기 5%성장 달성은 무난해 보인다. 물가는 안정국면이고, 경상수지 역시 흑자폭 감소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문제는 선행지표가 말해주듯 경기방향이 내리막 쪽으로 돌아서고 있고, 체감경기는 특히 그렇다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본부장은 "이유야 어디에 있든 상반기 한국경제는 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했고 그 결과 일자리 창출도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심리적으론 여전히 경기침체상태"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상반기 경제정책의 실패여부를 떠나 국민들이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부분을 어떻게 푸느냐가 결국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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