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신호탄이 그라운드를 환하게 밝혔다.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신기의 볼 배급력이 되살아 나면서 경기는 그의 지배 하에 놓였다.
‘중원의 사령관’ 지네딘 지단(34ㆍ레알 마드리드)이 프랑스를 8강으로 이끌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단은 28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하노버에서 열린 ‘무적함대’ 스페인과의 16강전에서 후반 47분 쐐기 골을 넣으며 팀의 3-1 대승을 이끌었다.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노장의 힘’을 선보인 지단과 ‘그날 경기 최고 선수(Man of the Match)’에 선정된 파트리크 비에라(30ㆍ유벤투스)의 맹활약으로 ‘아트사커’ 프랑스는 7월 2일 ‘세계 최강’ 브라질과 4강행을 놓고 운명의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독일월드컵 개막 직전 3차례 평가전과 조별리그 두 경기에서 보여준 지단의 모습은 “한물 갔다”는 혹평, 그 자체였다. 팀 내 자치하는 비중이 워낙 큰 터라 자연스레 ‘레블뢰 군단’도 ‘늙은 수탉’이라는 비아냥거림 속에 평가절하됐던 게 사실. 4년 전 한일월드컵 개막전에서 세네갈(1-0)에 패해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겪었던 악몽이 이번에도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빈말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지단이 누구인가. 독일월드컵 지역예선에서 프랑스가 조4위까지 떨어져 본선 탈락 위기에 놓이자 대표팀과 자국민들의 끝없는 요청에 은퇴번복 후 주장 완장까지 찬 ‘불세출의 축구영웅’ 이 아닌가.
알제리 출신 이민자 아들로 태어나 마르세유에서 자란 지단은 14세에 AS 칸 축구아카데미에 입학한 후 98년 AS 칸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FC보르도를 거쳐 96년 유벤투스(이탈리아), 2001년 거액의 이적료(7,300만 유로)를 받으며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 새 둥지를 틀었다. 94년 국가대표에 첫 발탁된 지단은 체코에 2-0으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투입돼 혼자 2골을 몰아 넣으며 스타로 급부상했다. 클럽 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신기에 가까운 패스와 발 재간을 자랑하던 그가 있었기에 유벤투스는 97,98년 연속 이탈리아 리그 우승을, 프랑스는 98년 프랑스월드컵과 유로2000 우승의 최고 전성기를 내달렸다. ‘아트사커의 창시자’로 불리는 그에게 3차례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 수상은 어쩌면 당연한 보너스.
그가 스페인전을 계기로 그 동안의 부진을 말끔히 털어내고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 무대에서 세계 축구 팬들의 갈채를 받으며 화려하게 은퇴할 수 있을지, 65억 지구촌의 눈과 귀가 다시 한번 그를 향해 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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