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고뇌하는 영웅으로 돌아온 슈퍼맨 '슈퍼맨 리턴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고뇌하는 영웅으로 돌아온 슈퍼맨 '슈퍼맨 리턴즈'

입력
2006.06.29 00:03
0 0

‘슈퍼맨’이 돌아왔다. 1987년 ‘슈퍼맨4’ 이후 19년 만이다. 오랜 공백 기간 동안 ‘슈퍼맨’의 부활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팀 버튼, 볼프강 페터슨, 브렛 레트너 등이 감독 물망에 올랐고 니콜라스 케이지, 조시 하트넷, 제이크 질렌할 등이 새로운 슈퍼맨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 와중에 슈퍼맨과 배트맨을 대결시킨다는 다소 황당한 내용을 포함한 여러 시나리오가 폐기처분 되었으며 결국 브라이언 싱어 감독과 신인배우 브랜든 라우스 주연의 ‘슈퍼맨 리턴즈’로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슈퍼맨’ 제작이 지지부진 하는 동안 세상은 많은 것이 변했다. 슈퍼맨의 상징이었던 크리스토퍼 리브는 오랜 투병생활 끝에 2004년 세상을 떠났고, ‘배트맨’ ‘스파이더 맨’ ‘엑스맨’ 등 숱한 ‘맨’들이 슈퍼맨의 빈자리를 보란 듯이 차지했다. 달라진 현실을 반영해야 하는 것이 2억6,000만 달러라는 역대 최고 제작비를 들인 ‘슈퍼맨 리턴즈’의 지상과제. 과연 슈퍼맨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돌아왔는가.

절대 영웅에서 고독한 영웅으로

‘슈퍼맨 리턴즈’는 ‘슈퍼맨1’(1978)의 뒷이야기를 이어받아 슈퍼맨(브랜든 라우스)이 고향 별 크립톤을 찾아 떠났다가 5년 만에 지구로 돌아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슈퍼맨은 변하지 않았는데 영웅의 귀환은 28년 전에 비해 쓸쓸하기만 하다.

슈퍼맨의 ‘존재의 이유’였던 연인 로이스(케이트 보스워스)는 ‘세상이 슈퍼맨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이유’라는 저서로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다른 남자의 아이까지 키우고 있다. 대중도 그를 영웅으로 받아들이기 보다 ‘폰카’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뿐이다. 고독하기만 한 상황, 세계 지배를 꿈꾸는 악당 렉스 루터(케빈 스페이시)만 변함없이 슈퍼맨의 목숨을 노린다.

디지털 기술의 향연

아날로그 특수효과로 구현한 예전 슈퍼맨의 비행은 당대에 큰 선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20여년 사이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룬 현재의 컴퓨터 그래픽과 비교하면 ‘학예회 수준’. ‘슈퍼맨 리턴즈’는 기술의 진보에 힘입어 그 어느 SF영화 못지않은 첨단 기술의 향연을 펼쳐낸다.

악당의 총알이 슈퍼맨의 눈동자에 부딪쳐 쪼그라드는 장면이나, 슈퍼맨이 빌딩을 손으로 들어 던져버리는 모습은 슈퍼맨의 진화를 여실히 드러낸다. 뉴욕시 전체를 혼란에 휩싸이게 하는 거대한 재난 장면은 특히 압권이다. 예전의 ‘슈퍼맨’이 액션 영화라면 ‘슈퍼맨 리턴즈’는 재난 영화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고뇌하는 '초인'

지금까지 슈퍼맨은 남성적인 힘, 혹은 강한 미국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슈퍼맨 리턴즈’의 슈퍼맨은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걸 견뎌야 한다”는 말을 읊조릴 만큼 외로운 남자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세상은 날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나를 필요로 하는 목소리를 듣는다”며 자신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슈퍼맨 리턴즈’는 또 남편과 아버지가 부재한 로이스와 그의 아들을 통해 아버지의 위치를 강조한다. 그리고 슈퍼맨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장면으로 메시아의 강림을 연상시킨다. 강한 힘, 이상적인 가족, 그리고 기독교적 세계관은 미국의 대표적인 가치이다. 이런 가치들이 뒤틀리고 있는 시점에서 돌아온 슈퍼맨은 미국인들에게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위로한다.

'권선징악' 주제는 변치 않았다

‘슈퍼맨리턴즈’는 마치 기존 ‘슈퍼맨’시리즈에 바치는 오마쥬(경배)처럼 보인다. 캐릭터의 외양, 그리고 렉스와 슈퍼맨이 대립하는 과정은 예전의 ‘슈퍼맨’과 큰 차이가 없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뇌하는 영웅이라는 새로운 슈퍼맨 상을 제시하면서도 ‘슈퍼맨 리턴즈’는 렉스의 악행을 막고 자신의 귀환을 알리는 슈퍼맨의 활약에 방점을 찍는다. 그래서인지 ‘슈퍼맨 리턴즈’는 여름 영화다운 볼거리로 가득 채워져 있지만, 돌연변이의 내적 갈등을 통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은유를 담아냈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전작 ‘엑스맨2’만큼 깊은 드라마는 없다. 대공황시절 탄생한 영웅 슈퍼맨과 히피 세대가 만들어낸 엑스맨의 태생적 차이이다. 어쨌든, 슈퍼맨은 돌아왔다. ‘2대8 가르마’와 쫄쫄이 옷 그대로 말이다.

객원 기자 lennone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