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일 대선을 앞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의 요즘 화법에서 월드컵과 축구를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뉴욕타임스는 27일 룰라 정부가 축구카드를 사용해 부패와 무능으로 초래된 위기 국면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14일 브라질 대표팀은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졸전 끝에 1-0으로 신승했다. 그러자 룰라 대통령은 “우리는 어제 넣지 못한 골 때문에 눈물을 흘려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는 다음 경기에서 어떻게 골을 많이 넣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번째 임기의 실정에 연연해 하지 말고 다음 임기에서의 정책을 기대해달라는 얘기였다.
브라질 야당은 룰라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토니오 팔로시 전 재무장관이 부패스캔들에 연루된 뒤 그를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룰라 대통령은 “팔로시 장관을 해임하는 것은 호나우지뉴를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 팀에서 빼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거부했다. 그는 “호나우지뉴가 슛을 한번 실패했다고 해서 해임할 수 있는가”면서 “호나우지뉴는 2년 연속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고 천연덕스럽게 반문했다.
뉴욕타임스는 “룰라 대통령은 대표팀의 월드컵 성적을 자신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야권의 비난을 피해가고 있다”면서 “브라질 대표팀의 승리는 대통령의 입지를 강화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브라질 국민들은 대선이 실시되는 4년마다 이런 식의 연설을 들어야 한다”면서 ‘축구카드’가 브라질 정치권의 오래된 선거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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