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연구ㆍ교육 및 정책개발'을 내건 서강대 부설 '시장경제연구소'가 어제 출범했다. 재계나 자본의 입장에 기울어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대변해온 단체들의 한계를 넘어, 상아탑에서 시장경제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중립적ㆍ객관적으로 따지고 바람직한 발전방향을 모색하겠다는 시도가 우선 반갑다.
시장을 놓고 한 쪽에서는 '만능'으로 맹종하고, 다른 쪽에서는 '방종'으로 비난해온 소모적 논쟁이 계속돼 왔기에 기대가 더욱 크다.
연구소를 만든 이른바 '서강학파'와 그 후예들은 얼마 전 청와대가 '양극화의 근원인 불균형 압축성장과 개발신화를 주도한 세력'으로 매도했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시대착오적 복고'라는 비판도 있으나 모임의 정신적 지주인 남덕우 전 국무총리의 개소식 강연에는 음미할 대목이 많다.
참여정부는 분배와 균형을 전유물처럼 내세우지만, 성장을 앞세우는 세력 역시 그런 가치를 외면하지 않고 실천적 고심을 거듭해온 흔적이 뚜렷한 까닭이다.
남 전 총리는 "시장경제보다 우월한 대안은 없다"며 "정부는 시장경제 운영원리를 모르거나 무시하고, 확실한 정보 없이 정책을 설계해 실패를 자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과거 정권이 성장지상주의에 빠져 소득분배나 사회보장을 소홀히 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며 "정부는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제도의 문제를 방치한 채 과거 탓만 하고 국민들은 권리를 앞세워 사회책임을 분담하지 않으면 사회통합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시장경제연구소의 의욕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역행하고 기능을 훼손하는 참여정부의 이념과 정책을 따져 꺼져가는 성장엔진에 다시 불을 지피겠다"로 압축된다.
그러나 시장 자체가 목적이거나 선이 될 수 없는 것도 분명하다. 시장의 역동성 만큼이나 비정함에도 관심을 두고 그 폐해를 치유하는 방안까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모든 경제주체가 귀 기울이는 효율과 균형의 최적조합을 찾고 이를 국가 지향점으로 제시하는 중후한 목소리를 정말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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