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12년 만인 올 4월 한국불교미술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된 전남 장성군 백양사 ‘아미타회상도’의 소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백양사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불교미술박물관은 도난 문화재임을 알고도 아미타회상도를 구입한 뒤 공소시효(7년)가 지난 2003년 하반기부터 전시했다”며 “선의의 취득 등을 이유로 반환을 거부한다면 수많은 다른 도난 문화재도 영원히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즉각 반환을 요구했다. 서방 극락세계를 표현한 아미타회상도는 영조 51년인 1775년 제작된 탱화로 1994년 9월 도난 당해 행방이 묘연했었다.
한국불교미술박물관은 95년 고미술상에게서 사들여 ‘아미타극락회상도’라는 이름으로 전시 중인 후불탱화가 백양사 도난 작품임을 인정하면서도 반환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구입 당시 문화재 당국에 도난 여부를 문의해 문제가 없다는 답을 받는 등 확인에 최선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백양사가 도난 사실을 신고하면서 제작 연도와 재질 등을 잘못 기재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전했다. 조계종 불교 문화재 도난백서에도 1775년인 제작연도가 1917년으로, 비단 재질이 종이로 잘못 기록돼 있다. 한국불교미술관 관계자는 “기본 정보가 잘못돼 있는데 제3자가 어떻게 도난 미술품인지 알 수 있었겠는가”라며 “법의 조치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조계종은 차제에 문화재청의 도난 유물 신고 체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계종 관계자는 “도난 불교 문화재 환수에 구체적이고도 체계적 대응을 해 나갈 방침”이라며 문화재청에 대해 ▦도난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홈페이지 등에 사진과 정보를 띄우고 ▦문화재보호법을 개정, 도난 문화재에 대해서는 ‘선의의 취득’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안준현 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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