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에서 아이가 미끄러졌다. 누군가 내달려 와 아이의 머리를 꾹 누른다. "얘야 그냥 누워 있어라. 수(sueㆍ고소)하면 평생이 보장된다." 미국 공공장소엔 'wet floor'란 플라스틱 팻말이 유난히 많다.
(금방 닦은) 젖은 마루바닥을 조심하라는 경고문이다. 고객을 위하여? 천만의 말씀이다. 슈퍼나 공공장소에서 고객이 미끄러져 넘어지면 관리자(주인)의 책임이다. 함께 있던 엄마 아빠가 아이를 일으켜 세우기 전에 변호사가 먼저 달려온다. 교통사고가 나면 변호사 경찰 의사 순으로 현장에 도착한다고 한다.
■ "부족국가시대에는 마술사가, 중세에는 승려가 있었다. 오늘엔 변호사가 있다. 장사의 요령을 익혀 그 지식을 소중히 이용하는 영악한 무리들이다. 전문능력을 곡예적 기술과 융합시켜 민중의 머리 위로 군림하는 인간들이다"(프레드 로델ㆍ'저주 받으라 법률가여'). "법률지식을 폐쇄적으로 운영하면서 대중에 군림한다.
공용의 선(善)을 위해서보다 개인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무장된 지식과 논리를 이용한다. 동서고금을 통해 변호사는 예우와 고수익을 보장 받지만 그것은 억울하고 어려운 사람들로부터 받은 것이었다"(박원순ㆍ'역사가 이들을 무죄로 하리라')
■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대한민국 변호사법 제1조 1항은 '인권변호사'만을 위한 조항이 아니다. "변호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그 지위는 형편없이 저하되고 말았다.
'변호사를 산다'는 말이 일반인의 관용어가 되다시피 하였다. 대중의 눈으로 볼 때 변호사란 다른 기능공과 마찬가지로 한낱 법원과 검찰 사이를 주선하는 기술인으로, 노임만 지급하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핸드북')고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 '돌아온 검찰총장'으로 법조계가 술렁인다. 좋아하고 존경하는(했던?) 송광수 전 검찰총장이 검찰로부터 200억원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모 다단계회사의 대표를 위해 변호사 선임계를 냈다. 그는 "대한민국의 모든 다단계회사를 위하여"라는 '사회정의'를 들이댔다.
소신과 명예를 중시했다던 그는 임기를 마치며 "법원이나 검찰을 찾지 않으려고 서초동을 피해 사무실을 열겠다"고 했었다. 26일 국회 대법관청문회에서 한 후보는 "대법관을 지낸 사람이 이재(理財)사건을 수임ㆍ변호하는 것은 곤란하다. 향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직 대법관 2명이 현대자동차 사건 변호사로 나섰다가 '후회하고' 물러선 게 며칠 전 일이다.
정병진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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