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위도우’(숫거미를 잡아먹는 흑거미라는 뜻)라는 별명을 가진 재미동포 이선경(38)씨는 각종 음식물 먹기대회에서 거대한 체구의 미국 남자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한국 여성이다.
이씨는 지난 24일 버지니아에서 열린 햄 비스킷 먹기 대회에서 60개를 먹어치워 또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최근 3년간 핫도그, 생굴, 햄버거, 바닷가재 등 27가지 음식물 먹기대회에 40여 차례 출전, 30여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햄버거를 8분에 60개, 생굴을 10분에 552개를 먹기도 했다. 한 번도 배탈이 난 적이 없었다. 먹기대회에서 번 상금만 12만 달러(한화 약 1억1,500만원)가 넘는다.
1997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이씨는 3년 전 우연히 TV에서 먹기대회 세계 챔피언인 일본의 다케루 고바야시(28)의 모습을 보고는 갑자기 도전 의욕이 솟았다.
165㎝의 키에 45㎏의 마른 체격인 이씨는 물과 다이어트 음료를 많이 먹어 위를 늘리고, ‘조금 씹어 빨리 삼키는’ 연습을 했다. 2003년 세계 먹기대회의 슈퍼볼 격인 뉴욕 코니아일랜드의 핫도그 먹기대회 뉴저지주 예선에 첫 출전, 12분에 18개를 먹고 우승했다.
그는 “체구가 큰 미국 남자들은 처음에는 훨씬 빨리 먹는데 시간이 갈수록 못 먹는다”면서 “음식물이 삼켜지지 않으면 일단 심호흡으로 정신을 가다듬고 삼키면 계속 먹을 수 있게 된다”며 한국인 특유의 ‘정신력’을 강조했다. 실제 그는 평소 하루 한 끼만 충분히 식사하고 늘 ‘발발이’처럼 움직여 살이 찔 틈이 없다고 했다.
먹기대회를 앞두고는 2주쯤 전부터 1~2분 동안 빨리 먹는 연습을 몇 차례 하는 것이 준비의 전부이다. 지난해 코니아일랜드 핫도그 먹기 대회에서 이씨의 성적은 37개인 반면 고바야시는 53개, 이씨는 언젠가 반드시 고바야시를 꺾겠다는 각오다.
이씨는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 내 버거킹 햄버거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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