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급식 사고를 계기로 학교 급식을 직영으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이윤을 최우선으로 하는 위탁급식이 결국 대규모 식중독 사태를 불렀다”는 주장이다.
실제 이번 사고가 집중된 서울 등 수도권의 직영률은 매우 낮다. 서울 662개 중ㆍ고교 가운데 직영급식 학교는 5%인 33개로, 서울의 초등학교 직영률(98.9%)은 물론, 전국 중ㆍ고교 평균(67.2%)에도 한참 못 미친다. 지난해 3월 위탁에서 직영으로 전환한 학교의 사례를 통해 직영급식의 실태와 한계 등을 짚어봤다.
“걱정이요? 전혀 없어요. 우리 학교 급식이 얼마나 깨끗한데요.”
27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송정중(교장 박제윤)의 점심시간. 학생들의 밝은 표정에서는 최근 급식 파문에 대한 우려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김지창(15ㆍ3년)군은 “위탁급식을 할 때는 철수세미 비닐봉지 등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집에서 먹는 밥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식중독 확산 소식에도 학부모들로부터 문의 전화 한 통 없었다고 한다.
송정중의 급식 운영의 제1원칙은 엄격한 품질관리에 있다. 결격 사유가 없는 식재료 납품업체라도 자동으로 재계약을 하는 게 아니라 6개월마다 다시 공개 입찰로 선정한다. 업체 선정을 둘러싼 잡음의 소지를 없앤 것이다. 전체 급식비에서 식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70%로, 통상 50% 미만인 위탁급식에 비해 크게 높다. 박혜진 영양사는 “신선한 재료와 높은 품질은 단가 경쟁이나 시설면에서 열세인 직영급식이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식재료의 국내산 사용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나 유통과정 전반에 대한 학교의 체계적 검증이 가능하다는 점도 위생문제에 대한 불신을 줄이는 데 큰 몫을 했다. 급식 책임을 맡은 김민형 교사는 “위탁 때와 달리 선생님들도 아이들과 동일한 식단의 식사를 하면서 ‘내가 맛있으면 아이들도 만족한다’는 믿음으로 꾸준히 개선 노력을 기울인 것이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이 학교가 직영 전환 논의를 시작한 것은 위탁급식을 시작한 지 채 1년이 안된 2003년 초. 그러나 곧 급식비 인상을 우려한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야 했다. 교사 학생 학부모의 의견수렴을 거쳐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최종 승인을 받기까지 꼬박 2년이 걸렸다. 학교의 의지와 학부모들의 열정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많다는 뜻이다. 그래도 이 학교는 소규모(전체학생 414명)인 덕분에 전환이 용이했던 편.
한채성(49) 행정실장은 “학생수가 1,000명만 되도 업체 측이 제공한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을 보전해줄 수 없어 직영 전환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제윤 교장은 “서울시교육청이 지원하는 영양사 월급을 제외하고 업체 측이 떠맡았던 나머지 인력에 대한 비용은 학교 예산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며 “이 때문에 다른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들은 직영급식이 만능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박 교장은 “직영 역시 아무리 철저하게 검수를 한다 해도 육안 검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위탁이냐 직영이냐를 떠나 바이러스 등 유해물질을 걸러낼 수 있는 전문적인 장비와 노하우,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없는 한 이번 사태는 언제든지 되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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