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자본주의 성향이 강한 남부출신 인사들로 새 지도부를 구성했다. 1975년 북베트남이 남베트남을 공산화한지 31여년 만에 남부 출신들이 권력을 장악한 셈이다.
베트남 국회는 27일 응웬 밍 찌엣(63) 호찌민시 당서기와 응웬 떤 중(56) 수석부총리를 각각 주석과 총리로 선출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 농득 마잉(65) 당서기장과 함께 2010년까지 베트남을 이끌게 된다.
3각 체제로 이뤄진 베트남 통치구조에서 당 서열 1위인 당서기장은 공산당을, 주석은 대외적인 국가원수로서 외교와 국방을 담당한다. 총리는 행정과 경제 등 실질적인 살림살이를 주관하게 된다.
찌엣 주석과 중 총리는 남부 호찌민 인근의 빈증성과 까머우 출신이다. 이로써 호찌민 주석 사망 이후 계속 지켜져 온 북부 당서기장, 중부 주석, 남부 총리의 지역 배분 구도는 무너졌다.
권력 서열 5위로 공산당 서기국 책임서기 역시 남부 롱안 출신인 쩡떤 상(57)이 자리를 차지해, 앞으로 베트남의 실질 권력이 이들 남부 3인방 체제로 급속히 이전될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다. 3인방은 특히 경제개방ㆍ개혁주의자로 알려져 시장경제를 위한 급속한 개혁 조치가 예상된다. 새 지도부 구성은 중국에서 경제성장 초기 ‘상하이방’이 득세했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분석되고 있다.
3인방 이외에도 당 내부에서 경제적 감각이 뛰어난 남부 출신들은 북쪽 출신보다 지도부에 대거 진출하고 있다. 새로 선출된 정치국 위원 14명 가운데 남부 출신은 절반(7명)을 차지해 북부 출신을 넘어섰다.
새 정치국 위원들은 이전 구성원보다 평균 5살이 젊어져 세대교체 의미도 지니고 있다. 아시아타임스는 “북부 공산당이 전쟁에 승리한지 30여년 만에 친 자본주의 성향의 남부에 의해 평화가 왔다”고 평가했다.
공산당이 승복하기 꺼려해온 ‘베트남이 북부가 아닌 남부 출신에 의해 더 잘 지도될 수 있다’는 점을 마침내 인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정치권에서 계속돼온 북과 남의 경쟁이 무의미해졌다는 것이다.
이미 경제에서 북부와 남부의 격차는 크게 벌어져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남부 호찌민이 북부의 하노이(6.5%)의 3배에 달한다. 치킨 체인업체 KFC의 경우 이 달 처음 하노이에 문을 열었지만 남부에는 97년 진출한 이래 19개의 체인점을 냈다.
‘미스터 클린’으로 불리는 찌엣 주석은 부정부패가 만연된 베트남 권력구조를 청소할 인물로 부각되고 있다. 그는 2000년 호찌민시 당서기를 맡아 전국적인 경제 폭력조직인 남깜을 소탕하며 가장 인기있는 지도자로 떠올랐다.
경찰 출신인 응웬떤중 총리는 당 경제위원장에 이어 40대에 수석부총리에 오른 뒤 10년 동안 전임 판반카이 총리 아래서 지도자 수업을 해 왔다. 92년 한국을 방문한 그는 한국에 대한 이해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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