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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힘 못쓰는' 비상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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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힘 못쓰는' 비상경영

입력
2006.06.2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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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이 구속된 지 2개월이 지나면서 현대ㆍ기아자동차의 비상경영체제에 한계와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경영 현안에 대한 전략적 결단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이 우선 눈에 띈다. 노조도 임금 인상(기본급 대비 9.1%) 요구는 물론 산별노조로의 전환 투표를 통해 사측을 압박, 정 회장 구속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영진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할 수 없게 되면서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의 핵심인 해외 공장 설립 일정이 연기되고 노조가 부분 파업에 돌입하는 등 악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 동안 해외공장 설립은 실무진의 충분한 보고를 받은 다음 정 회장이 숙고해 결단을 내리는 식으로 이뤄졌으나, 구속 이후 이 같은 과정이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26일부터 부분 파업에 돌입한 현대차 노조는 "임금 협상에 나온 회사측 대표가 '정 회장 구속으로 새로 결재를 받을 수 없다'며 기존 안을 고수하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며 명분을 정 회장의 부재에서 찾고 있다.

29일까지 예정된 노조의 이번 파업으로 현대차는 약 1,300억원의 매출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반면 경영위기에 직면한 미국의 GM과 포드의 노조는 각각 3만명과 1만명에 달하는 근로자를 명예 퇴직시키는데 동의하는 등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 독일월드컵의 마케팅 효과도 빛이 바랜 상태. 정 회장이 예정됐던 각종 행사에 불참,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의 인지도를 높여 줄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주요 행사가 축소되거나 취소됐기 때문이다.

비상경영진의 초기 대응도 일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비상경영진이 정 회장을 조기 석방시키기위해 경영 위기를 부각시킨 것과 관련, "그 충정은 이해하지만 오히려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이 그룹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정 회장의 석방을 촉구한 선진화국민회의는 "지배구조 개혁 등 자율적인 변화 노력은 보이지 않은 채 경영 위기만을 호소해 정 회장 석방을 실현하려는 것은 국민을 실망시키는 행위"라고 밝혔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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