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아깝게 16강에 탈락하긴 했지만 결승 토너먼트의 시작과 함께 월드컵의 열기도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그런데 연일 신문, 방송에 넘쳐나는 월드컵 보도를 보다 보면 살벌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프랑스, 오늘 밤 몰락한다' '우리 대표팀 격전지 도착' '오늘 밤 출격' '상대의 골문을 초토화시킨다' 등 단어들만 봐서는 축구 보도인지 전쟁 뉴스인지 종잡기 힘들 지경이다.
축구도 다른 스포츠처럼 상대와 기술이나 힘을 겨루는 일종의 싸움인 것만은 틀림 없다. 그래서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은 전쟁에 나아가는 군인처럼 비장한 각오로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즐기는 사람들에게 월드컵은 하나의 축제이며 스포츠일 뿐이지 전쟁은 아니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들에게는 자극적이고 전투적인 용어들이 경기에 비장감을 더해줄 지 모르지만, 한국전쟁을 경험한 세대들 특히 아직도 전쟁의 상흔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게 그 같은 용어들은 불편한 느낌을 준다.
국어는 가꾸고 다듬어야 할 대상이며, 언론은 그 같은 일에 앞장서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가뜩이나 세상살이조차 팍팍해서 사람들의 마음이 거칠어져 가고 있는 시절에, 언론마저 밤낮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용어를 쏟아내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박철준 / 경남 합천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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