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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각개약진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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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각개약진의 법칙

입력
2006.06.2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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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는 예비 대통령 후보로 간주돼 왔으며 본인들도 그걸 당연하게 여겨왔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이 곧 한국으로 통용되는 '서울 공화국' 체제하에서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가 오직 서울과 경기도의 이익만을 위해 일한다면 수도권 비대화는 영원히 지속ㆍ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대통령을 꿈꾼다면 국가 전체를 생각하는 마인드를 갖게 될 터이니 이보다 다행스런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불행히도 그런 다행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국에선 국가 전체를 생각하지 않고 수도권의 이익만 생각하는 대통령 후보라도 지방에서 표를 많이 잃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수도권이 곧 한국이기 때문에 수도권의 이익은 '국가경쟁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지방민들은 워낙 국가를 사랑하기 때문에 지방이 다 죽어 가더라도 그걸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는 사람들이다.

● 누가 균형발전을 믿나

얼른 보기엔 그런 것 같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게임의 법칙이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법칙의 이름은 '각개약진의 법칙'이다. 각개약진(各個躍進)이란 적진을 향해 병사 각 개인이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개별적으로 돌진하는 걸 뜻하는 군사용어다. 각개약진은 한국적 삶의 기본 패턴이다. 공적 영역과 공인에 대한 불신이 워낙 강해 사회적 문제조차 혼자 또는 가족 단위로 돌파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는 뜻이다.

지방에서 '서울공화국' 체제에 대해 비분강개조로 비판하면서 대대적인 저항을 역설해봐야 좋은 소리 못 듣는다. 무슨 정치적 속셈이 있어 그러는 걸로 여겨지거나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방 사람들에게 "당신들은 당해 싸다"고 독설을 퍼부을 일도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각개약진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비수도권 광역 자치단체장들부터 지역언론에 이르기까지 그간 지방에서 서울-지방 균형발전을 요구하며 치열한 투쟁을 해오지 않았느냐는 반론이 제기될 법하다. 맞다. 공식적으론 분명히 그렇다. 그런데 비공식적인 개인별 행태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모든 지방 유권자들이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소속 정당에 압력을 행사하는 게 옳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서울과 지방의 균형발전? 어느 세월에? 그걸 믿을 수 있나? 반 세기 넘게 수없이 반복된 그 허튼 수작을 믿으란 말인가? 장사 하루 이틀 해보나? 그런 의문 끝에 택한 게 바로 각개약진이다. 내가 서울로 들어가 살면 되는 거다.

나의 분신인 내 자식을 서울 유학시키면 되는 거다. 서울에도 집 두고 지방에도 집 두면 일거양득이지 무엇 때문에 양자택일을 해야 한단 말인가? 게다가 서울 유학 간 자식은 서울에서 성공한 뒤 고향 내려오면 서울에서 만든 '줄'을 과시하면서 높은 벼슬 자리도 할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서울과 싸워야 한단 말인가?

믿기지 않는가? 어느 언론사건 '특별취재팀'을 가동시켜 조사해보라. 평소 써오던 '파워엘리트' 범주를 이용해 지방의 파워엘리트를 조사해보라. 거의 대부분 자녀를 서울로 유학시켰거나 수도권에 집 한 채는 있을 게다. 파워엘리트가 아니더라도 지방에서 웬만큼 사는 사람들은 다 그 코스를 밟고 있다.

● 월드컵 열광의 비밀

수도권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꿈 깨는 게 좋다. 서울-지방간 교통량만 늘릴 뿐이다. 지방의 원룸 수요만 늘어난다. 직원들이 가족은 수도권에 남겨두고 홀로 지방으로 내려가게끔 돼 있다는 것이다.

각개약진은 문화를 넘어서 아예 한국인의 유전자가 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월드컵 열광의 비밀도 바로 여기에 있다. 월드컵은 각개약진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한 집단주의 축제다. 좀 일찍 끝나 서운하긴 하지만 말이다.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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