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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미술품 투자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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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미술품 투자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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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2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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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을 걷다 들른 한 화랑. 그리 알려지지 않은 젊은 작가의 작품 앞에서 50대 부부가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 "이 그림 어때? 색감이 좋다" "이거 거실에 걸까?" "값을 좀 물어보고."직원과 이야기를 나눈 뒤 화랑을 나간 그들을 붙잡고 작품을 샀느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한다.

왜? "생각보다 너무 비싸서."'주목받는 신인'이라는 화랑측 말이 맞다 해도 스케치북만한 그림을 250만원에 사라면 부담이 크다. 그들이 되물었다. "그 작가 그림, 정말 그 정도 값어치가 있나요? 사두면 오를까요?"

'나도 그림 한 점 가졌으면…'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실제 통계가 그렇다. 이달 초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는 5일간 5만명이 다녀갔고, 총 1,100여점, 74억원어치의 미술품이 팔렸다.

작년보다 관람객은 2배, 판매금액은 50% 늘어났다. 경매시장도 작품 낙찰률이 73%로, 2004년(51%)과 지난해(63%)에 이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서울옥션이 올해 두차례 연 경매의 낙찰액은 무려 127억원으로, 작년 한해 총 낙찰액(120억원)을 뛰어넘었다. 과연 국내 미술시장은 제2의 부흥기를 맞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들여다 보면 최근 국내 미술시장에 불고 있는 바람은 비정상적 측면이 강하다. '묻지마 투자'열풍에 휩싸인 호황기 때의 주식시장과 유사한 모습이다. '블루칩'작가들의 작품은 부동산 주식 등에 흥미를 잃은 '큰손'들이 싹쓸이 하다시피 한다고 한다. 경매시장이나 아트페어에서 유명 작가들의 고가 작품 위주로 판매가 이뤄지고, 심지어 중국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회 개막 전에 매진되는 이변은 '묻지마 투자'아니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소수 자산가들의 적극적인 고가 미술품 매수세는 전체 시장가격 상승 현상을 낳고 있다. 문제는 '개미'들이 이런 현상에 자극받아 '미술품을 사두면 돈이 된다'는 막연한 생각을 믿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미술품을 예술로만 보는 사고가 고리따분할 수도 있지만, 미술품에 대한 애정 없는 '추격 매수'는 실패로 귀결되기 쉽다.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가며 미술품을 사는 큰손들과 달리 개미들은 작가나 작품에 대한 안목과 정보에서 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술시장은 자본력 있는 이들이 작가나 화랑 등 시장에 관한 정보를 독점하는 정보의 불균형 현상이 심한 곳이다.

또 작품에 대한 공인된 표준가격도 없고, 단순히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일반적 개념의 시장도 아니다. 이것이 기본적으로 기업에 대한 기초 데이터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제공되는 주식시장과 미술시장이 크게 다른 점이자 미술시장에서 개미가 필패(必敗)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림이나 조각을 산다는 것은 보는 즐거움을 사는 것이다. 미술품을 사서 작가의 예술혼을 살찌우고, 작가의 충만한 예술혼이 더 좋은 작품을 낳으면 우리 눈은 더 큰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미술품 투자는 그런 선순환 구조를 만드려는, 안목과 애정이 있는 것이라야 한다. 100만원을 투자해 1,000만원의 대박을 기대할게 아니라 100만원 짜리를 사서 갖는 즐거움, 100만원 만큼의 보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실패율 제로'의 미술품 투자원칙 아닐까.

황상진 문화부장 직대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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