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ㆍ가전 업계에 오리엔탈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궁’이나 ‘주몽’ 등 전통이나 역사를 다룬 TV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ITㆍ가전 업계에서도 동양적인 디자인과 역사 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이 큰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HP는 전통 공예에 사용되는 상감기법을 접목한 노트북 ‘파빌리온 dv2000’을 출시했다. 파빌리온 dv2000은 금속이나 도자기 등의 표면에 각종 무늬를 파서 그 속에 금은 등을 넣어 채우는 상감기법을 노트북에 적용해 뛰어난 광택과 고급스러운 물결무늬가 돋보이는 디자인을 구현했다. 내구성도 이전 제품보다 뛰어나다.
지금까지 노트북은 다양한 기능과 작은 크기로만 승부해왔으나 이 제품은 독특한 디자인과 문양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HP 관계자는 “아시아, 유럽, 미주 대륙에서 디자인 선호도 조사를 통해 상감기법을 도입했다”며 “동양 전통의 아름다움을 가진 제품을 계속 만들겠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휴대폰 업체 노키아도 올해 3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IT전시회 세빗2006에서 동양적인 꽃무늬로 디자인한 ‘라무르 콜렉션 패션폰-노키아 7360’을 선보였다. 여성을 겨냥한 이 제품은 한 폭의 수묵담채화를 휴대폰에 그대로 옮긴 것 같은 느낌을 전달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LG전자는 휘센 에어컨의 신모델 ‘오리엔탈 골드’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자연의 생명력이라는 주제로 고구려 벽화에 등장하는 길조 삼족오(세발 달린 까마귀) 문양과 봉황 무늬를 새겼다. 황금 색상을 사용해 화려하면서도 중후한 이미지가 돋보이는 이 제품은 고풍스러운 무늬 덕분에 집안에 고가구를 진열한 효과를 준다.
LG전자 관계자는 “신화 속에 등장하는 상징물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가장 동양적인 디자인이 가장 세계적인 디자인임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LG전자는 오리엔탈 문양을 강조한 에어컨 ‘에메랄드 블루’, ‘페르시안 골드’ 등을 추가로 출시했다.
게임업계에서도 역사를 다룬 게임이 인기다. 엔도어즈가 개발한 정치ㆍ경제 역할분담형게임(RPG) ‘군주 온라인’은 조선시대 등 한국의 설화를 바탕으로 한 대표적인 학습용 온라인게임이다.
게임에 등장하는 지형과 지명은 조선시대의 이름을 그대로 따르고, 당시의 주요 정치제도를 구현했다. 이용자들은 과거의 행정자치를 경험하고 정기적인 선거를 통해 군주를 선출할 수 있다. 이 게임은 최근 18대 군주를 선출하는 선거가 실시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이달부터 상용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상규 LG전자 한국마케팅팀장은 “고급스러우면서도 남들과 차별화하는 디자인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화려함과 신비스러움을 겸비한 동양적인 모티브가 주목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스타일에 대한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관련 마케팅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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