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 조지훈, 박두진의 3인 시집 ‘청록집’재판(再版)이 초판 발간 60년 만에 발간됐다. 을유문화사는 1946년 초판 시집의 표지와 내용을 컴퓨터로 스캔해 그대로 전재하고, 현행 맞춤법에 맞춰 재편집한 판본을 한데 묶은 ‘청록집’을 복간했다. 초판 ‘參拾圓’(30원)이던 책 값은 9,000원이 됐다.
청록집은 좌익 시단의 정치시풍이 주류를 이루던 해방 공간에서 나온, 자연과 향토적 생명감각의 첫 순문학 시집이다. 또 정지용 시인의 추천으로 이들이 등단한 문예지인 ‘문장’이 일제의 탄압으로 1941년 폐간된 이래, 골방으로 칩거했던 문학이 새롭게 햇빛 아래로 나오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당시 시집은 을유문화사 공동대표였던 조풍연(91년 작고)씨의 권유로 세 시인이 의기투합하면서 출간됐다. 시집에는 박목월의 ‘윤사월’‘나그네’ 등 15편과 조지훈의 ‘완화삼’ ‘승무’ 등 12편, 박두진의 ‘묘지송’‘설악부’등 12편, 해서 모두 39편의 시가 수록됐다. 목월의 시 ‘청노루’에서 따온 시집 제목으로 하여, 이들은 이후 줄곧 ‘청록파’로 불렸다.
김기중 순천향대 교수는 재판 해설에 “시가 대중으로부터 외면 받는 이 시대에 존재를 통해 ‘시의 의미’를 되묻는 작업은 꼭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적었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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