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자수성가형 기업가인 웅진그룹 윤석금(61) 회장의 행보가 눈부시다. 브리태니커 판매사원에서 시작, 연 매출 2조원을 넘는 출판업계의 대부로 성공했지만 여전히 새로운 사업진출을 위한 구상으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교육출판, 식품, 정수기 렌탈, 레저개발에 이어 최근 건설업계에도 진출한 윤 회장은 또 다시 보험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그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적극적인 사고와 뚝심, 남보다 한발 앞서는 역발상 마케팅, 특유의 도전정신 등 누구나 갖지 못한, 그러나 갖고 싶어하는 덕목이 뭉뚱그려져 일궈낸 결실이다.
윤 회장이 그룹의 모태인 웅진출판을 차린 것은 고교 재학생의 과외금지 조치가 내려진 1980년이다. 초창기 어려움도 많았다. 윤 회장은 "돈 빌리러 간 은행에서 문전박대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86년 정기구독 학습지 웅진아이큐를 출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웅진아이큐가 인기를 끌면서 회사는 단번에 출판업계 1위로 등극했다. 정기구독료를 받아 마련한 자금도 160억원에 달하자 은행 지점장들이 찾아와 돈을 예치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회고했다.
가을대추, 아침햇살 등 기존 식품회사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전통음식을 소재로 한 음료를 내놓아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정수기 렌탈사업은 역발상 마케팅의 대표적 성공 케이스다. 웅진은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정수기를 빌려주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대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정수기를 한 달에 2만원대에 빌려쓸 수 있다는 것은 중산 및 서민층 입장에서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다. 문제는 비싼 정수기를 대량공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원가부담이었다.
윤 회장은 경쟁력은 원가절감이라고 판단, 자가 운전자를 코디로 채용했다. 영업확장도 코디를 활용했다. 3~4명의 몫을 한명이 하다 보니 자연스레 원가를 줄일 수 있었다.
요즘에는 업계의 과당경쟁으로 정수기 시장이 포화상태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들지만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결혼해서 새 가정을 꾸리거나 새 아파트를 장만, 이사하는 대다수가 정수기를 새로 들이고 있다"며 "이런 수요를 감안하면 정수기는 여전히 블루오션"이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부하를 중용한다. 그래서인지 그늘진 얼굴을 싫어한다. 하지만 무턱대고 '알겠습니다'만 외치는 예스맨도 질색이다. 그래서 긍정적인 생각과 함께 자신의 의견을 과감하게 말할 수 있는 부하 직원들이 많이 나올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운동권 출신이 많은 회사임에도 노조가 없는 것도 그의 소탈하고 시원시원한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처음부터 노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88년 노조가 결성되고 갈등도 있었지만, 그럴수록 회사 경영을 투명하게 했다. 친인척과 관련한 납품비리는 물론 회사 돈 한푼도 사사롭게 쓰지 않았다. 그의 진실이 통했고, 결국 노조는 3년 지나 스스로 해산했다.
씽크빅, 코웨이, 쿠첸, 식품, 건설 등 9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윤 회장은 늘 신규사업 창출에 눈을 돌린다. 기존 사업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건설과 보험 등의 인수합병(M&A)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 회장은 최근 붐이 일고 있는 영어마을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건립중인 영어마을의 외관이 지나치게 호화스러워 영어교육의 장이라기 보다는 관광지의 느낌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영어마을의 목적은 영어를 배우는 것"이라며 웅진은 내실 있는 교육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