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는 사회에 환원하지 않고 내가 갖고 있으려 했다. 하지만 내가 죽은 뒤 유산을 물려받아 사회로 돌려줄 아내는 이 세상에 없고 게이츠의 자선에 감명 받아 생각을 바꿨다.”
빌 게이츠(50)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부자인 워렌 버핏(75) 버크셔 헤더웨이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이 재산 대부분을 생전에 자선 사업에 내놓기로 했다. 버핏 회장이 평소 부의 사회 환원을 공언했음에도 그가 죽을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믿었던 주변 사람들도 예측 못한 깜짝 결정이었다.
버핏 회장은 25일 회사 홈페이지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주식 보유분의 85%를 앞으로 해마다 5%씩 게이츠 부부가 설립한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 등 5개 자선단체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투자전문회사 버크셔 헤더웨이의 지분 31%를 보유한 그의 재산은 23일 종가 기준 440억 달러(약 4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돼 총 기부액은 370억 달러에 달한다. 미 언론들은 미국 역대 최대 규모의 기부라고 전하고 있다.
특히 버핏 회장은 2년 전 숨진 아내를 기리는 수전 톰슨 버핏 재단에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리라는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게이츠 재단에 이번 기부액의 대부분인 주식 1,000만주(310억달러 어치)를 기부키로 결정해 ‘세계 최대 부자들의 기부 합병’도 관심을 끌고 있다. 나머지 기부액 중 100만주는 수전 톰슨 버핏 재단에, 자녀들이 운영하는 3곳의 자선재단에는 고르게 35만주를 나눠준다.
버핏이 기부 계획을 바꾼 데는 2주 전 게이츠가 자선재단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2년 뒤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데 영향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5년의 나이 차를 뛰어넘어 15년째 유지되는 둘의 우정은 익히 알려져 있다.
버핏의 막대한 기부 덕분에 게이츠 재단의 재원은 두 배로 늘어나 더욱 탄탄대로를 달릴 전망이다. 버핏은 포천에 “골프 게임 내기를 할 경우 타이거 우즈에 돈을 거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며 “내가 만든 재단을 키우기 보다는 훌륭하고 큰 재단에 기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버핏은 50년 전 3만1,300달러에 산 고향 오마하의 집에서 아직도 살 정도로 검약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게이츠 등 부자들의 자선 행렬에 그간 적극 동참하지 않아 비판 여론도 있었다. 갑작스런 기부 결정에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물음에 그는 “절대 아니다”고 답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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