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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대통령 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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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대통령 비서실장

입력
2006.06.2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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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가장 의지하시던 막내딸이 내 친구였는데 몇 해 전 세상을 떴다. 자주 뵙겠다는 그때의 결심을 지키지 못했다. 차츰 뜸해지다가 이번에는 급기야 다섯 달 만이다. 기력이 좀더 쇠하고 외로움은 더 커지신 듯하다. 노인들 모임에 어울리시라고 말씀 드리니, 당신은 노인이 싫다고 하셨다.

70대의 프랑스와즈 지루가 어느 대담에서 한 말이 떠오른다. 연애 욕망이 이는지 철학자 베르나르-앙리 레비가 묻자 고개를 저으며 '(상대가) 젊은 사람이면 수치스럽고 늙은 사람은 추하다'나. 원래는 코코 샤넬이 역시 70대에 했던 말이란다.

당신이 다른 노인들을 꺼리시니만큼, 딸 친구들도 당신을 꺼리리라 생각하시는 듯했다. 시간을 뺏는 건 아닌지, 지루한 건 아닌지 연신 물으셨다. 생전의 당신 딸처럼 내가 혼자 사는 게 늘 마음에 걸린다고 하셨다.

"우리 이웃 동 아파트에 혼자 사는 노인이 많아. 인숙이 살기에 딱 좋은데. 몇 년 더 있어야 신청할 수 있을라나?" 내 주거 앞날을 걱정하신 끝에 독거노인 임대아파트도 생각해 내셨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를 위해 기도한다고 하셨다. 당신 기도의 보호로 이만 만이나 사는가, 감사했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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