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만에 극적으로 이뤄졌던 민단_조총련의 화해가 민단의 내부 반발로 사실상 무산됐다. 화해를 강행한 집행부 퇴진을 둘러싼 공방도 치열해지고 있어 민단의 내부 혼란이 한층 심화할 전망이다.
하병옥(河丙玉) 민단 단장은 24일 열린 임시 중앙위원회에서 조총련과의 화해가 “백지상태로 돌아간 상태”라고 선언했다. 민단 내부의 혼란 수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소집된 회의에서 하 단장은 시종 사퇴와 화해 철회 요구를 받았다. 민단 내부에서는 단장 해임을 위한 서명 운동의 움직임도 나오고 있어 집행부 교체라는 이례적인 사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하 단장은 회의 초반 조직의 결정 없이 조총련과 공동성명에 합의해 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했다. 그 책임을 물어 부단장 5명 전원을 사임 시키겠다는 등 수습책도 내놓았다. 그러나 중앙위원들은 “부단장이 물러나는데 단장은 왜 사임하지 않느냐”는 등 하 단장을 몰아붙여 소란이 빚어졌다.
2월 출범한 하 단장 등 신입 집행부는 5월 17일 조총련의 서만술(徐萬述) 의장을 전격 방문, 역사적인 화해의 만남을 가졌다. 그러나 이는 민단의 의견 수렴 없이 조총련과의 물밑 교섭을 통해 이뤄진 것이어서 즉각 민단 내부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집행부가 화해를 성립시키기 위해 탈북자 지원을 포기한 것이 밝혀지자 걷잡을 수 없이 비판이 증폭됐다. 이 때문에 집행부는 조총련과 합의 사항인 6ㆍ15 민족통일 대축전에 일본지역 대표단으로서 참가하는 것을 포기하고, 8ㆍ15 공동 행사의 개최도 재검토한다고 표명하는 등 거듭해서 수습 방안을 내놓아야 했다.
민단과 조총련의 화해를 환영했던 동포사회는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침울해 하고 있다. 동포사회에서 양측의 화해는 가장 시급한 과제인 것은 틀림없지만, 민단 집행부의 추진 과정이 너무 부실해 파국도 어쩔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일본인 납치자 문제와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위협 등으로 인한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크게 작용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자제와 납치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대북한 결의문이 채택됐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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