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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창가, 길가, 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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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창가, 길가, 강가

입력
2006.06.2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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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즐겨 가는 한 카페는 한옥을 개조한 집인데 문도 예쁘고 창도 예쁘고 꽃밭도 예쁘다. 커피 맛 좋고 음악 좋고 서빙은 담백해서 늘 손님이 많았다. 그런데 며칠 전 오랜만에 인사동 걸음을 한 참에 들러보니 퍽 한산하다. 그 앞 카페의 테라스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지나칠 때 보면 마음 쓰일 정도로 손님 없는 카페였는데. 그 전부터 딸려 있던 테라스 덕을 이제야 보는 모양이다.

언젠가부터 테라스 딸린 카페가 많이 생겼고 사람들이 테라스 자리를 선호한다. 창가에 오붓이 앉아 음악을 듣는 대신 길가의 소요와 대기를 즐기는 것이다. 흡연자들이 유유히 끽연할 수 있다는 것도 금연 업소가 많은 요즈음 매력적인 요소일 테다. 추운 겨울이나 무더운 한여름에는 사람들이 다시 실내로 돌아갈 테지만 그 외 절기는 테라스를 즐기기 썩 좋은 게 서울 날씨다.

테라스가 딸린 카페에서는 나도 테라스에만 앉는다. 카페테라스 자리에 앉아 있으면 왠지 외지인이 된 듯 홀가분한 느낌이다. 내가 진짜 외지인이었던 스헬데 강가의 '북(北) 테라스'가 문득 그립다. 전면이 유리로 된 레스토랑카페 '북 테라스'에는 테라스가 따로 없었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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