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일본에서는 기업들이 국민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고를 일으킬 경우 회장과 사장 등 최고경영자(CEO)들이 무릎을 꿇으며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하곤 한다. 이들은 ‘모든 것은 내 책임이며,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사과를 해왔다. 우리는 그런 모습을 TV를 통해 보면서 책임있는 기업인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의무라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1,7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최근 비위생적인 단체급식을 먹다가 식중독에 걸려 치료를 받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지만 급식을 제공한 CJ푸드시스템에서는 지금껏 대국민사과는커녕 CEO의 얼굴조차 보기 어렵다. 그나마 급식중단으로 인해 생긴 결식 학생들을 위해 빵과 음료를 마련해주겠다는 미봉책만 제시했을 뿐이다.
사건의 1차 책임자는 CJ푸드시스템이지만 이 회사 주식의 60%를 갖고 있는 CJ그룹도 비난의 화살에서 벗어나긴 힘들다. 특히 사태 수습을 진두지휘해야 할 그룹 총수인 이재현 회장은 이달 초 사업구상차 미국으로 출국한 후 별다른 귀국 일정을 마련치 않다가 사태가 커지자 조만간 귀국할 것이라고 그룹측은 해명하고 있다.
CJ측은 이 회장과는 화상통화 등을 통해 매일 국내 상황을 보고하고 있으며, 이 회장도 “최선을 다해 사태수습에 나설 것”을 임직원들에게 강조했다고 하지만 개운찮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일본의 식품회사였던 유키지루시(雪印)유업은 2000년 집단식중독 사건, 2002년 수입산 쇠고기의 국산 쇠고기 둔갑 사건에 늑장 대응으로 일관하다 이미지 실추와 매출 급감으로 문을 닫았다. CJ도 유키 지루시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창만 산업부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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