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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상속세 인하 요구와 한국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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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상속세 인하 요구와 한국 재벌

입력
2006.06.2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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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재벌들이 전경련을 통하여 상속세 인하 내지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일 미국 상원에서는 상속세를 영구 폐지하려는 공화당의 시도가 미국 갑부들의 노력에 의해서 좌절되고 말았다.

미국 갑부들은 "부자가 더 이상 욕심을 부리면 미국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망한다"며 나서고 있는데, 한국의 갑부들은 오히려 경영권까지 아들에게 승계 시키기 위하여 끝없는 사욕을 부리고 있다. 말이 좋아 경영권 승계이지 아들에게 물려준다면 '경영권 세습'이라 불러야 정확한 의미가 전달될 것이다.

● 美 갑부들의 상속세 폐지 반대

미국 영국 프랑스 그리고 독일의 중견기업 732개를 대상 경영성과를 측정한 논문 '기업과 국가간 경영성과 측정'에서 나온 흥미로운 두 가지 결론 중에 하나는 '경영권을 장자에게 세습'(primo geniture)하는 기업의 경영성과가 엉망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것이 영국과 프랑스 기업의 경영성과가 미국과 독일기업에 뒤지는 이유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미국과 독일에 비해 관대한 상속공제를 유지하고 있고 노르만계 법 전통에 따라 장자에게 경영권을 세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논문은 2006년 3월 15일자 파이낸셜타임즈에 크게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실증적 연구 성과들에도 불구하고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3월 4일 '소유경영 기업의 경영실적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2003년 11월 10일자 비즈니스위크지에 소개된 S&P 500대기업의 분석결과를 인용하였다.

그러나 이 잡지에서 가족기업으로 소개된 177개 기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설립자나 창업자가 경영에 관여하는 회사가 대부분이고 2세나 3세가 경영하는 회사는 별로 없다. 우리는 여기서 분석대상 기업 중 왜 2세나 3세가 경영하는 회사가 왜 적은지 의문을 가져야 할 것이다.

상속세에 대한 비판은 높은 상속세가 저축을 유도하지 못하고 소득을 다 소진해 버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3년 1월 31일 미 상원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상속하는 가족기업의 3~4%만 상속세를 내며, 이들 기업마저도 대부분 상속세를 낼만한 충분한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상속세가 저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어떤 경제학적 이론이나 어떤 실증적인 증거를 찾아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상속세에 대한 불만은 기본적으로 상속세율이 높다는데 있는데, 이것은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를 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몇몇 나라에서는 이 점에 착안하여 자본이득에 대하여 소득세를 과세하고 대신 상속세를 폐지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를 모든 나라가 검토하는 대세로 인정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고, 이 경우 상속인의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아 조세 형평성 문제를 야기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대체하려는 미국 공화당의 시도는 국민의 57%가 반대하며 찬성하는 유권자는 불과 23%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 유권자들에게 상속세폐지의 부당함을 설명하고 나자 반대하는 비율이 68%로 높아졌다고 미국 갑부들은 소개하고 있다.

● 대기업 경영권이 세습대상인가

상속세를 낼 정도의 부자라면 상속세를 내고 난 후 남는 재산도 매우 클 것이므로 상속세가 높다는 불평은 사치에 불과하다고 본다. 다만 경영권의 세습과정에서 미칠 수 있는 부작용은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영권의 장자 상속이 일반적인 우리나라 기업 문화에서는 이 시점에 상속세를 완화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

뿐만 아니라 상속세 완화 요구가 다른 나라의 경우처럼 농장이나 소규모 가족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재벌의 경영권 세습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맞추어져 있다면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영권은 세습대상인가 하는 점부터 심각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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