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학교들에서 최악의 집단 식중독 사고가 불거져 우리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학교급식이 초ㆍ중ㆍ고에 전면적으로 실시된 지 10년이 지났고, 급식안전에 대한 의식수준이 높아져서 위생점검도 강화되고, 또 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이 도입돼 시행되고 있는데도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는 식품의 생산, 유통 단계를 포함한 식품이력을 추적해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흡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급식 안전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도할만한 전문 기구가 없으며, 상당수 학교 급식시설이 노후화돼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위생 안전을 위해 도입된 HACCP 시스템은 식품 취급의 전체 과정에서 위해물질이 혼입되거나 오염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단계별 혹은 공정별로 중점 관리기준을 선정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말한다. 이 제도가 효과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식재료의 적정 제조 기준과 표준위생작업절차 확보가 우선돼야 하는데, 아직 체계적인 관리방안이 미흡하다.
학교급식의 안전은 양질의 안전한 식재료를 제공 받는 데서 시작된다. 식재료는 1차 생산물 형태로 공급되기도 하지만, 조리준비시간의 단축이나 식품쓰레기 감량 등을 목적으로 세척ㆍ절단된 형태의 전처리 제품도 많이 사용하는 추세다. 그러다 보니 급식 당일 아침에 실시되는 학교 현장에서의 식자재 검수는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우선 식자재 자체의 미생물 오염이나 중금속, 잔류농약, 유전자 변이 식품 등에 대한 파악이 어렵다. 특히 전처리 식품의 경우, 전처리 이전 단계인 1차 식품의 신선도나 원산지 등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어떤 품질의 식품을 가공했는지 알 수 없게 돼 있다.
따라서 학교 급식용 식자재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식품의 원산지나 생산이력을 추적하고 관리하는 식품이력 추적 관리제도를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한다. 이 제도를 통해 식품 생산 단계 뿐만 아니라 식품을 유통, 보관, 진열, 판매, 운반하는 모든 유통 경로가 투명하게 파악될 수 있어야 한다.
또 학교급식용 식자재에 대해 엄격한 구매방침과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HACCP에 근거해 생산된 식재료만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하며 식자재의 품질기준과 포장기준, 전처리 1차 산물에 대한 생산기준도 도입해야 한다.
학교급식에 납품되는 식품 만큼은 식품 자체에 대한 기준 뿐만 아니라 포장용기의 인체유해물질 검사, 식품첨가물 사용 현황 등을 개선해 더욱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학교급식 안전대책의 일환으로 급식품의 안전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학교급식용 식자재 구매 방침과 절차를 매우 엄격하게 제정해놓았며, 식자재 공급업체를 감시하고 추적하는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학교 급식용 식자재 만큼은 최저입찰제를 폐지해야 한다. 현행 최저입찰제도로는 양질의 품질 확보가 어려우므로, 학교급식에서 설정한 식재료 품질 기준을 토대로 한 최적 가격을 산출해 합리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학교급식 관리 업무를 원활히 하기 위해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하고 노후화된 급식시설을 현대화해야 위생관리가 정상적인 궤도에 오를 것이다.
임경숙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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