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전 세계 금융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직접적으로는 미국발(發) 고금리 태풍이 몰아치느냐 여부지만, 더 크게 보면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라는 딜레마에 놓인 미국 경제의 향방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자칫 인플레이션à 금리인상 지속 à 주식시장 등의 버블 붕괴로 인한 신용 위기 à 소비위축 à 경기 침체 로 이어지는 미국발 세계경제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리 계속 올릴 것인가.
이번 회의에서 FOMC가 정책금리를 0.25%포인트를 올리는 것은 거의 기정 사실화된 상태다. 이렇게 되면 미국 금리는 17번째 인상행진을 계속해 5.25%까지 올라가게 된다. 문제는 FOMC가 금리를 얼마나 더 올리느냐다. 시장의 이목도 FOMC 회의 뒤 나올 벤 버냉키 FRB 의장의 향후 전망에 대한 발언에 쏠려 있다.
지난달초 버냉키 의장이 미국 인플레 위험에 따른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고, 주가도 세계적으로 추락을 거듭한 상태다. 국내 주식시장이 5월초에 비해 코스피지수가 무려 240포인트가량 빠지는 등 한국 홍콩 대만 등 신흥주식시장의 주가가 15% 이상, G7 선진국의 주가도 7% 이상 급락했다.
버냉키 의장이 이번 회의 뒤 인플레 압력을 재차 부각한다면 세계 금융시장은 또 한번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선제적 금리인상론을 펴고 있는 한국은 물론 제로금리 기조를 풀 것을 고려하고 있는 일본과 과열된 경기를 식히려는 중국에도 자극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플레냐 경기둔화냐, 미국의 딜레마
이 같은 동요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단순히 글로벌 유동성 축소 문제로만 연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인플레 압력과 경기둔화라는 상반된 압력을 동시에 받고 있다.
최근 발표된 5월 미국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달에 비해 0.3% 오르며 3개월째 같은 오름세를 유지했다. 당초 월가에서 예측한 0.2%를 상당폭 상회하는 수치였다. 특히 FRB가 물가 측정기준으로 삼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도 4월 중 2.1% 기록, FRB가 내부적으로 설정한 물가관리범위(1.0~2.0%)를 넘어섰다.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기정 사실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동시에 미국 주택경기 부진에 따른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1분기에 5.3%를 기록했지만, 3월 들어 경기선행지수의 전년 동월비가 하락 반전하면서 성장 둔화를 예고했다. 국제 투자은행들도 내년 경제성장률을 평균 2.9% 정도로 낮게 잡고 있고, 일부 은행들은 경기 침체 수준으로 볼 수 있는 2.5%까지도 예상하고 있다. 금리 인상은 경기 둔화를 더욱 가속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
문제는 결국 내년 미국 경제 성장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FRB가 ‘인플레 압력’을 어떻게 조정하느냐다. 경제성장을 희생하면서까지 금리를 지나치게 올릴 경우 미국 경제의 경착륙은 불가피하다. 제프리 앤드 코의 수석시장전략가 아트 호건이 “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인플레(자체)가 아니라 그에 대한 (FRB의) 처방”이라면서 “FRB가 과다한 조치를 취할 경우 그 후유증으로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을 걱정한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같은 우려에도 FRB가 금리 인상 지속 쪽을 선택한다면 그만큼 미국의 인플레 위험이 예상보다 크며 구조적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비관론자들은 이 경우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마저 불러 경기침체 속의 물가급등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일단은 FRB의 금리인상이 이번을 포함해 한두차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원은 “미국 인플레 압력이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FRB가 무리한 금리 인상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미국 경제가 연착륙한다고 해도 미국 경제성장 둔화와 글로벌 유동성 축소라는 큰 흐름은 지속돼 우리 경제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 국내 금리도 내달 추가 인상 가능성
국내 콜금리도 다음달 7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하반기 국내 경제 성장의 둔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한국은행이 어느 정도까지 콜금리를 올릴지가 관건이다.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10월, 12월, 올 2월 세 차례에 걸쳐 콜금리를 올린 데 이어 이번 달 초에도 0.25% 포인트를 올려 4.25%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이번 달에는 ‘경제 성장 둔화’ 목소리가 커진 상태에서도 금리 인상을 단행, 통화당국의 의지를 뚜렷이 보여줬다.
한은이 공격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부동시장 과열을 의식한 측면이 크다. 월 1조원 안팎이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4월, 5월 모두 3조원으로 급증, 최근에는 금융감독당국이 직접 시중은행들에 대해 창구 지도에 나서고 있다.
통화당국으로서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7월 콜금리 인상론도 솔솔 나오고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최근 “물가만 보지 않을 것”이라며 한은의 통화정책이 물가외에 부동산 가격 등에도 무게를 둘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한은의 금리인상이 하반기 경제 운용에 부담이 될 것이란 목소리도 적지 않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하반기 경기가 하락 반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물가 상승압력은 크지 않은 상태에서 콜금리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인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현재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어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는 금리 인상으로 통제하기는 무리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 돈, 주식서 채권으로 몰릴 듯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긴축 움직임이 확산되면 국내 자산 시장에도 큰 충격파가 몰려온다. 당장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로 국제 유동성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됨에 따라 돈의 흐름이 주식에서 채권으로, 실물자산에서 금융자산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한국은행이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방향을 정할 경우, 부동산 시장도 위축될 수 있다.
주식시장 국내 증시는 이미 글로벌 긴축의 영향을 받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은 고위험 자산인 아시아 증시에서 빠져나가려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매로, 5월 초 사상최고가를 기록한 지 겨우 40여일 만에 19.2% 폭락했다. 단기간 급락한 까닭에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외국인 매도세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 만큼 섣부른 낙관론은 금물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화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이달 발표된 미국 물가지표가 유가와 곡물가격 등을 제외하고도 예상보다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난데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부동산 및 자산 버블을 잡겠다는 의지가 강해, 미국 금리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제 증시에 호재는 단지 ‘가격이 싸다’는 것 밖에 없다”고 말했다.
채권시장 외국인 투자자들뿐 아니라 국내 투자자들도 자금을 주식에서 안전한 확정금리 상품이나 채권 등으로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김선열 삼성증권 분당지점장은 “앞으로 1~2년의 자산운용전략은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산가격의 변동성이 매우 커질 것으로 보이므로, 특정 자산에 한 방향으로 과도하게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지점장은 “금융자산의 경우, 투자자금의 50% 이상은 안정적인 확정금리의 채권, 예금상품에 넣고 20~30%는 장기ㆍ분산투자를 원칙으로 하는 주식부문, 나머지 20~30%는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여 안정성과 변동성에 따른 성과를 함께 추구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금융연구원의 신용상 거시경제팀장도 세계적 긴축 움직임이 국내 자산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팀장은 “미국 경제가 좋아서 금리 인상을 하는 것이라면 주식시장에도 큰 영향이 없겠지만 지금은 경제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고유가가 물가 압력을 가중시켜 어쩔 수 없이 금리 인상을 하는 상황”이라면서 당연히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 비중을 늘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로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늘 것으로 보았다.
부동산시장 반면 원자재 가격이나 금값 등 실물 자산 가격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달러가치가 상승하고 세계 경제가 둔화하면 원자재 수요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신 팀장은 이에 따라 실물자산보다 금융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가격도 금리가 추가 인상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한은이 금리를 1차례 올리고 말 것이라면 부동산 가격은 변함 없겠지만 만약 지속적으로 올리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진다면 부채를 안고 부동산을 매수하기가 어려워지므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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