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소원인 아들을 만날 수 있어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네요.”
28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 때 1978년 고교생 시절 납북된 아들 김영남(당시 16세)을 만나는 최계월(82ㆍ전북 전주시 호성동ㆍ사진)씨는 25일 “28년 만에 막내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제대로 잠도 못자고 있다”며 “왜 이렇게 시간이 더디게 가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아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무슨 말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 얼굴을 대고 만지며 실컷 울고 싶다”며 어머니의 애틋한 심정을 말했다.
함께 사는 딸 영자(48)씨는 “상봉 날짜가 정해진 뒤 어머니께서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멍하니 시계와 달력만 바라본다”며 “요즘은 하루 종일 영남이 생각에 밤잠도 못자 수면제를 드신다”고 전했다.
이런 와중에도 최씨는 막내 아들에게 줄 선물을 직접 골랐다. 제일 먼저 막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약밥’을 떠올렸다. 손수 만들어 챙겨 가고 싶지만 미리 만들면 상하기 때문에 금강산에 가기 직전 강원도 속초에서 건네 받을 수 있도록 현지 떡집에 주문을 해 놓았다.
또 북한에는 약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고 감기약, 소화제 등 상비약과 영양제도 듬뿍 샀다. 항상 차고 다니면서 볼 때마다 남쪽 가족을 생각하라며 시계도 챙겼다. 숙녀가 된 손녀에게는 화장품 선물을 준비했다.
4남매는 막내인 영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3일전 모여 가족사진도 찍었다. 평소 한복을 입지 않는 최씨는 이번 상봉 때 입을 한복도 새로 맞추었다.
27일 아들을 만나기 위해 강원 속초시로 떠나는 최씨는 “막내가 실종된 지 6년 후에 죽은 남편(김동년씨)도 같이 만날 수 있었으면 더욱 좋았을텐데…”라며 눈물을 훔쳤다.
전주=최수학 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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