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골목에서 노는 아이들을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 무리지어 뛰어다니며 즐겁게 웃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우던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가 없게 되었다. 그 아이들은 어디에 가 있는가.
● 사라진 아이들, 암울한 우리 미래
한국의 미래를 암울하게 전망토록 하는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겠지만, 사교육의 문제는 그 중에서도 아마 모두가 공감하는 원인일 것이다. 반상회를 가도, 동창회를 가도, 택시기사와 얘기를 나누어도 언제나 나오는 얘기는 사교육이 우리나라를 망하게 한다는 것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문제라고 말하는데, 사교육 문제는 조금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악화일로에 있다.
사교육의 폐해로는 우선 엄청난 가계부담을 들 수 있다. 아이들의 학원비 부담은 이미 부모들이 힘들게 일을 더 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부모들의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게 해주는 가장 큰 힘인 부모와의 만남의 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하고 있다.
사교육은 또 부동산 망국론의 핵심에 있기도 하다. 강남ㆍ북의 격차,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등의 핵심에는 늘 사교육이 있다. 사교육 때문에 생긴 국민들간의 위화감과 불신의 골은 만만치 않은 문제다.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왜 그렇게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느냐고. 그러면 돌아오는 답변은 한결같이 똑같다. "다른 집 아이들도 다 학원에 가는데, 우리 아이만 안보내면 뒤쳐질 것 같아 불안해서요" "다른 집 아이들도 다 학원에 가기 때문에 안가면 우리 아이가 놀 친구가 없어서요" 이 답변은 사실 별로 놀라울 것도 없다.
한국사회의 특징 중 하나가 누가 나보다 조금만 앞서가는 것만 같아도 불안해하는,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지 뒤처지지 않으려는 집념 아니던가.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집념 때문에 우리의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있고, 우리의 미래는 암울해지고 있다.
그러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나는 막연한 상상을 해본다. 정치인 중 어느 누구가 '사교육 전면금지론'을 들고 선거에 나온다면, 전국의 학원 관계자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 도대체 정신이 있는 거냐, 교육열을 왜 강제로 막느냐면서. 그러나 나는 한편으로는 그들에 대항하여 전국의 학부모들이 모두 모여 피켓과 촛불을 들고 이 과격한 안을 지지하는 유쾌한 상상을 한다.
● 사교육 전면금지를 상상한다
실제로 사교육이 금지됐던 시절에 학교를 다닌 나로서는 지금의 사교육 풍토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너무 딱하고, 또 학원비를 대느라 헉헉대는 우리 학부모들이 너무 안쓰럽다. 혹자는 사교육 방법을 개선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의 유기체가 건강해지려면 이미 곪아 치료가 불가능한 부분은 도려내는 것이 유일한 해답이다.
2016년 학교가 끝난 저녁 무렵, 노을이 지고 선선한 바람이 불 때, 골목골목마다 골목대장과 그 패거리들이 활개를 치고 땀을 흘리며 즐겁게 노는 장면을 우리 함께 상상해보자. 생각만 해도 행복하지 않은가. 골목대장들의 귀환이 애타게 기다려진다.
최항섭 정보통신연구원 디지털 미래연구실 연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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