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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내 옆자리 비었어' 우리나라에선 지붕도 놀이터야

입력
2006.06.26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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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자리 비었어

파울 마어 글, 베레나 발하우스 그림ㆍ김영진 옮김/아이세움ㆍ7,500원

독일소녀 슈테피에겐 레바논에서 온 친구 아이샤가 있다. 처음엔 슈테피도 또래들처럼 아이샤에게 무관심했지만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단짝이 된다. 생김새가 다른 것만큼이나, 둘이 살아온 문화는 다르다. 아이샤의 나라에선 지붕 위에서 놀 수 있고 여자 혼자서 돌아다니질 못한다. 슈테피는 이해가 잘 안 될 때도 있었지만 그 차이가 아이샤와의 우정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문화적 오해로 마음의 벽이 생긴 동안, 아이샤의 가족은 다시 레바논으로 떠나기로 한다. 전쟁을 피해 온 나라였지만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전쟁보다 더한 까닭에서다.

독일엔 600만 명 가까운 이민자들이 산다고 한다. 어제오늘 일도 아니지만 종교ㆍ문화적 갈등은 끊이질 않는다. 차이를 인정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반증일 게다. 이 책은 그런 현실속에서 쓰여졌다. 낯선 문화에 대한 무관심, 외면, 증오.

하지만 편견이 허물어진 뒤가 훨씬 행복하다. 슈테피는 넓은 세상으로 가는 지름길을 알게 되었고, 아이샤는 둘도 없는 친구를 얻게 되었으니. 차이는 피해야 할 무엇이 아니라,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재료가 아닐까.

슈테피가 단지 아이샤만을 예외적인 경우로 생각했다면 울림은 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이민자 친구에게 건네는 슈테피의 한 마디 “내 옆자리 비었어”는 훈훈한 깨달음을 전해준다. 우리가 수없이 주고받는 말 가운데 이보다 더 인간적인 대사는 그리 많지 않을 듯 하다.

박선영 기자 philo9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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