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23일 국회 통외통위의 후반기 첫 업무보고 자리에서부터 고생을 해야 했다. 이번엔 야당 의원들이 아니라 ‘믿었던’ 여당 의원들한테서 였다.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이날 “남북간 열차 시험운행이 갑자기 취소됐고 북한의 미사일 위기가 진행되던 차에 정부 외교안보 핵심인사들이 한정식집에 모여 승진 축하파티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최 의원에 따르면 이 장관과 서주석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수석 등은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의 S한정식집에서 서 수석의 승진을 축하하기 위한 술자리를 가졌다는 것이다. 이 자리엔 이들을 포함, 장광일 합참 작전부장, 유희인 NSC 위기관리센터장, 김진향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 등 참여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 외교안보분과 멤버 10여명이 참석했다.
최 의원은 “북핵 노력과 외교 성과에 대해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는데 참여정부의 북핵 및 미사일 문제 관리는 DJ정부에서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 평가”라며 “이너써클끼리 요직을 장악하고 승진하면 잘 되는 거냐”고 쏘아붙였다. 그는 “참여정부는 ‘역사 앞에 책임진다’는 오만함을 보이기 때문에 비난받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인수위 멤버들이 1년에 한두 번 정도 모임을 갖는데 특별히 승진을 축하하려고 만난 건 아니다”며 “자화자찬을 한 적은 없고 마지막까지 국민을 위해 봉사하자는 얘기를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장관은 “그 때는 미사일 위기가 고조되지는 않았고 징후가 포착됐을 뿐”이라며 “20일전 약속된 회식을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우리당 문희상 의원도 비판에 나섰다. 그는 북한 안경호 조평통 서기국장의 한나라당 비난발언을 거론하며 “정부가 필요할 때도 북에 단호하게 못하니까 국민이 북한편이니 좌파니 하는 의심을 하고 신뢰가 깨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상에 어느 좌파가 이라크에 파병을 하고 FTA를 체결하려고 하느냐”며 “미사일 위기가 터진 지금 정부가 허덕이고 있는 것은 분명해야 할 때 분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 의원의 질책에 이 장관은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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