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목놓아 부르는 우리는 늘 하나다."
24일 한반도의 아침은 지상의 붉은 해일이 천상의 붉은 태양을 압도했다. 세대와 계층을 뛰어넘어 밤을 잊고 “대~한민국”을 합창한 이들은 “감격에 순간에 동참했다는 기쁨에 아직도 가슴이 뛴다”고 외쳤다.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2006 독일월드컵 스위전이 열린 이날 새벽 4,800만 한민족은 붉은 함성과 붉은 물결로 하나되는 환희에 휩싸여 덩실덩실 춤을 췄다. 녹색 그라운드를 누빈 것은 11인의 태극전사였지만 이날 대동(大同) 축제의 진정한 투혼은 선수들과 한 몸이 된, 아니 너와 내가 한데 어울린 바로 우리 자신이었다.
12번째 선수들은 예선 마지막 경기를 놓칠 새라 23일 오후부터 거리로 쏟아졌다. 서울광장과 광화문 등에 25만명,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 7만명,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 6만명, 인천 문학경기장에 5만명 등 전국 103곳에 101만명(경찰 추산)이 운집했다. 13일 토고전 210만명보다는 줄었지만 같은 시간대에 열린 19일 프랑스전 90만명보다는 많은 숫자다. ‘놀토(학생들의 휴무 토요일)’인데다 한국의 16강 진출이 결정되는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였기 때문이다.
경찰은 주요 거리응원 장소에 경찰관 2,800여명과 의무경찰 87개 중대 등 1만2,000여명을 배치해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특별방범활동을 펼쳤다.
거리뿐 아니다. 주택가와 아파트 단지, 대학가 등 전국 방방곡곡이 불야성을 이루고 뜬 눈으로 날을 샜다. 우리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가 펼쳐질 때면 한반도 전체가 들썩였다. 극장과 술집, 찜질방, 콘도 등도 “대~한민국” 함성이 끊이지 않았고, 군부대와 교도소도 평소보다 일찍 깨어나 응원에 동참했다.
서울광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한 대학생 이요한(23)씨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싸워준 선수들도 자랑스럽지만 응집된 우리 민족의 에너지가 더욱 놀랍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회사원 이명재(34)씨도 “4년 전과 달리 상업주의에 찌들긴 했지만 시민들이 보여준 잠재력과 진정성은 여전히 우리의 자산임을 입증했다”고 평했다.
경기는 끝났지만 붉은 감동의 여운은 오래도록 남았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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