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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역사 한 잔 하실까요?' 와인 대신 커피 술깬 지성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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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역사 한 잔 하실까요?' 와인 대신 커피 술깬 지성史

입력
2006.06.26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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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한 잔 하실까요?

톰 스탠디지 지음ㆍ차재호 옮김/세종서적ㆍ1만3,000원

독일 월드컵에 출전한 사우디아라비아는 경기 최우수선수(Man Of The Match)에 선정되더라도 수상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 상의 후원사가 버드와이저 맥주의 안호이저-부시사이기 때문이다. 율법에 철저한 이슬람의 술에 대한 태도는 유난스러울 정도다.

그러나 사실 서양 최초의 대중적 알코올 음료인 맥주와 독주(毒酒)의 대세인 증류주는 모두 그들의 땅에서, 그들의 조상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집트, 아라비아반도 북부, 지금의 이라크 지역으로 이어지는 ‘비옥한 초승달 지대’가 술의 고향이다. 다른 이들에게 술을 권해 취하게 만들어 놓고, 정작 만든 이들은 입도 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책은 우리와 친숙한 6가지 음료에 대한 고찰이다. 맥주, 와인, 증류주, 차, 커피, 코카콜라가 그 대상이다. 저자에 의하면 차와 커피 등 비알코올성 음료가 등장하기 전까지 서양의 평상 음료는 술이었다. 살균작용이 약한 ‘물’보다는 믿을 수 있는 알코올 음료를 식사할 때마다 마셨다. 계속 몽롱하게 살았던 셈이다.

취하지 않는 대신 각성효과가 있는 커피의 등장으로 서양은 비로서 술에서 깨어난다. “두뇌에 강력한 영양분을 공급해 정신을 맑고 순수한 상태로 만들어준다. 갑작스럽게 번개가 내리치는 것처럼 사물의 진실을 일깨워준다.” 18세기의 프랑스 역사가 줄 미슐레의 ‘커피에 대한 찬가’는 술 깨는 서양 지식인 사회의 모습을 잘 설명한다. 저자는 그 때까지 그리스-로마의 업적에 주눅들어 있던 유럽의 학문이 커피의 등장으로 맑은 정신을 되찾아 새 지평을 열었다고 주장한다.

책은 6가지 음료를 개별적이면서 유기적인 시각으로 관찰한다. 생활 속에서 매일 혹은 자주 접하는 것들이어서 꼼꼼하게 들여다보게 된다. ‘마실 것’에 대한 시각이나 느낌도 물론 달라진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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