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발언 이후 외고 운영 문제가 새삼 도마에 올랐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외고가 명문대 비어문계열 진학과 해외유학을 위한 입시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연일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외고 운영의 결과물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표는 아무래도 동일계 진학률이다. 2004학년도 기준 전국 31개 외고 졸업생의 동일계열(영문ㆍ독문과 등 어문계열) 진학률은 평균 31%다.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대원외고는 30%(2006학년도 기준) 수준이다.
이공계 및 치ㆍ의예과 진학률은 더욱 주목을 끈다. ▦2004학년도 16.2% ▦2005학년도 21.6% ▦2006학년도 23.6%로 매년 늘고 있다. 법대나 상경계열까지 합치면 졸업생 70% 가량이 비어문계열로 진학하는 것이다. 대원외고 관계자는 이에 대해 “비어문계열로 많이 진학한다고 외고 설립취지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며 “외국어에 능통한 학생이 법대나 상경계열에 가 사회발전에 기여하면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교육과정상 특수목적고의 경우 외국어 전문교과 이수 단위를 10% 이상으로 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는 외고는 거의 없다. 대다수 외고가 독해 등 전문교과는 최소 82단위만 이수토록 해 전문성 교육을 사실상 회피하고 있다는 게 교육부 분석이다.
외고 측은 이에 대해 외국어 이수단위를 규정대로 지키고 있고 정규 교과과정도 일반 학교와 거의 같아 ‘입시기관’ 운운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항변한다. 서울 B외고 교감은 “국어는 매일 수업하고 전체적인 수업 단위수도 일반학교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교육계에서는 이를 100% 믿지 않는 분위기다. 외고생들 사이에 ‘외고 입학= 명문대 인기학과 진학’ 인식이 팽배한 데다 국어 수학 등 대학수학능력시험 주요 과목 공부를 위해 별도 과외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외고 진학 전문학원인 서울 D학원 관계자는 “외고생의 대입시 준비는 일반고생보다 더 치열하다”며 “외고 출신 재수생 비율이 줄지 않는 것도 인기학과 선호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외고가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는 해외유학반(국제반)에 대해서도 시선이 곱지 않다. 일부 외고는 정규 교과시간에 유학대비 교육을 하거나 교육과정에 미국 수능시험 격인 SAT 준비 요령을 가르치는 수업이 들어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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