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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우리 안의 과거' 기억되는 건 미디어의 기록뿐

입력
2006.06.26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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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과거

테사 모리스-스즈키 지음ㆍ김경원 옮김/ 휴머니스트 발행ㆍ2만원

기억은 기록된 것의 총체이기도 하다. 발생한 사건은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되지 않으면 결국 소멸한다. 기록의 집적, 미디어도 그러므로 기억의 형식이다. 이 책은 실재적 사실과 그것을 알리는 미디어 사이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탐구한다.

책에서 미디어라 함은 신문은 물론 사진, 영화, 문학 작품(역사 소설), 카툰 등 역사적 사건을 기록한 모든 매체를 의미한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같은 소설이 엄격한 역사와 어떻게 구분되는지, 사건의 현장을 포착하는 매체로서의 사진과 영화는 어떤 식으로 기억을 역사화해 왔는지가 박학한 예시와 함께 논의된다.

책은 만화라는 장르에 한 장을 할애, 일찌감치 다양한 만화의 가능성을 모색해 온 일본의 경우를 해부한다. 끝 부분인 ‘랜덤 액세스 메모리’에서 책은 시대의 총아인 인터넷 미디어와 역사에 대해 논한다.

매체들에서 비롯한 집단 기억이 역사가 되는 이 시대, 역사에 대한 진지함이 비판적 이해와 열린 교류를 지향하게 되기를 책은 희망한다. 최근 일본과 첨예한 대립을 빚은 교과서 논쟁의 경우, 논의가 모조리 교과서에만 집중돼 있는 현상을 넘어 대중 문화 등 교과서 밖의 상황에 대해서도 시선을 돌리라고 책은 충고한다.

영국 태생 일본인 사학자가 쓴 이 책은 한국과의 관계를 미디어의 관점에서 조망하는 대목으로 한국인 독자들의 시선을 끈다.

2001년 우리 독립기념관을 방문한다거나, 그때 전국을 휩쓸던 일본 역사 교과서 반대 운동의 현장을 직접 찾기도 한 저자가 당시 정황을 재구성해 내는 대목은 이 책의 현재성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일본군이 중국인의 목을 치는 ‘난징의 능욕’ 등 역사적 현장을 포착한 사진이나 풍자화들이 책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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