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는 거품이었다. 그렇다고 ‘죽음의 조’였다는 변명이 통할까. 이탈리아(13위), 체코(2위), 가나(48위)와 함께 E조에 속한 미국은 기세 등등한 태세로 독일 땅을 밟았다. 스스로 우승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조별리그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E조 꼴찌(1무2패) 성적으로 고개를 떨군 채 짐을 쌌다.
시작부터 불안했다. 미국은 13일 겔젠키르헨에서 열린 체코와의 첫 경기에서 0-3으로 완패했다. 18일 이탈리아를 맞아서는 3명이 퇴장 당하는 혈전 끝에 힘겹게 무승부(1-1)를 거뒀다. 가나가 체코를 2-0으로 제압하는 최대이변을 연출하면서 미국의 속내는 더욱 시커멓게 타 들어갔다. 결국 미국은 가나에게도 패해 ‘아프리카의 희생양’이 됐다.
월드컵 8회 출전에 지난 1930년 우루과이 월드컵 4강을 비롯해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8강에 올라 그 이상을 기대했던 미국 국민들과 언론 등은 일제히 분통을 터트렸다.
AP통신은 “미국이 조별예선에서 탈락해 국민들의 실망이 크다”면서 “브루스 어리나 감독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까지 팀을 계속 맡지는 않을 것”이라며 거취문제를 제기했다. 클라우디오 레이나(33ㆍ맨체스터 시티), 브라이언 맥브라이드(34ㆍ풀햄) 등 팀의 주축 선수들도 잇따라 은퇴를 선언했다.
미국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대표팀을 전면 개편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트는 “우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재능 있는 선수들을 월드컵에 보냈다”면서 “그러나 축구는 재능으로 하는 게 아니라 조직력과 전략으로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브루스 올마이티’로 불리며 8년간 전권을 휘두르던 어리나 감독도 이것으로 끝났다”고 덧붙였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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