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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의 책이랑 놀자] 책 읽어주는 엄마들의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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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의 책이랑 놀자] 책 읽어주는 엄마들의 '외출'

입력
2006.06.26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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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엄마가 있는 것과 같은 이유로, 어린이도서관에는 늘 엄마들이 있다. 도서관이 이웃이 되고 소중해질수록 엄마들은 자꾸 ‘도와주려’한다. 신발장과 화장실을 청소하고, 바닥을 닦고, 유리창을 개운하게 씻어낸다. 책을 정리해주고, 커피도 사온다. 그뿐인가, 기꺼이 이야기방의 ‘책 읽어주는 엄마’가 되어준다. 참 고마운 일이다.

3년 전 우리 도서관의 엄마들과 ‘다하미’(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란다)란 이름의 자원봉사 모임을 만들었다. 처음엔 역시 도서관을 위해 청소를 하고 일일사서도 맡아 하려고 모인 엄마 모임이다.

그러나 도서관 청소는 이용자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도서관의 내용을 밖으로 들고 나가 봉사하자 했다.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어 보자고. 그래서 ‘다하미’ 엄마들은 도서관에 찾아오지 못하는 아이들을 찾아가기로 했다.

고아원을 찾아갈까, 거리도서관처럼 아이들이 노는 어느 마당을 찾아갈까, 미혼모들과 그네들의 아가가 있는 쉼터를 찾아가 ‘큰소리로 읽어주기’를 전할까, 외출과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소아과 병동 아이들을 찾아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까….

무엇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왕 도서관 온 김에 걸레 들고 바닥 한번 닦는 것과 일부러 시간을 내서 어딘가로 꾸준히 찾아가는 일은 달랐다. 게다가 ‘찾아가는 도서관’의 내용도 준비해야 한다. 마음의 부담이 훨씬 큰 일이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자고 용기 냈다. 그렇게, ‘다하미’는 2주일에 한번 성동종합복지관의 주간보호센터에 있는 장애아동을 찾아가 ‘책 읽어주는 엄마’가 되어주기로 했다.

복지관 주간보호센터에는 3살부터 16살까지의 장애아이들이 함께 있었지만 그들의 인지능력은 바닥이었다. ‘사과’ ‘소리’ ‘풍선’ ‘먹어요’ 따위의 모든 언어개념을 담고 있지 않았다.

단순히 책을 읽어준다는 것으로는 함께 하기 힘들었다. 엄마들은 그 아이들과 ‘움직임’도 같이 하자 했다. 책의 이미지처럼 사과를 같이 나눠 먹고, 소리를 뱉어내거나 듣게 하고, 풍선을 만져 터뜨리게 하는…, 몸에 닿는 활동까지 함께 한다. 그리고 계속 되풀이 한다.

그곳에만 다녀오면 엄마들은 ‘욕심’을 반성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그 시간에 무언가 새로 알기보다는 조금만 더 웃기를 바란다고. 우리 아이들이 그저 건강한 것에 감사한다고.

어린이도서관 ‘책읽는 엄마 책읽는 아이’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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