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리그를 무사히 통과하고 16강에 오른 팀들이 제 2라운드 준비에 한창이다. 단 한 번 승부로 8강 진출과 탈락으로 운명이 갈리는 진검승부를 앞둔 팀들은 전술 훈련 만큼 신경전 또한 대단하다.
# 결전 앞두고 타는 속내 털어놔
홈 팀 독일과 16강전 첫 경기를 치르는 스웨덴의 라르스 라예르베크 감독은 22일 느닷없이 “주심을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독일 관중들의 응원 세례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경험이 많은 심판이 경기를 진행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6만 6,000명이 입장할 수 있는 뮌헨월드컵경기장은 2만 여 스웨덴 팬들이 4만 여 독일 팬들과 힘겨운 응원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제축구연맹(FIFA)이 독일-스웨덴전 주심으로 내정한 브라질 출신 카를루스 시몬(41)과 질긴 악연이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그가 스웨덴의 2경기에 주심으로 나섰는데 모두 비기고 말았다는 것. 스웨덴은 당시 “주심 판정에 문제가 있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게다가 시몬 심판은 이번 대회 주심을 본 2경기서 무려 옐로 카드를 13개나 꺼내 들었기에 스웨덴으로서는 자칫 그가 홈 팀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라예르베크 감독은 또 “유로 2004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네덜란드에 졌던 아픈 기억을 되살리고 싶지 않다”며 “승부차기 연습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홈 팬들이 부담스럽기는 ‘집 주인’ 위르겐 클린스만 독일 감독도 마찬가지. 감독으로서 첫 월드컵을 치르고 있는 그는 “스웨덴전에서 지면 수 만 명 홈 팬들이 가만 있겠느냐”며 타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잉글랜드는 공격수 부족으로 가슴을 졸이고 있다. 23명 엔트리 중 공격수가 4명 뿐인데다 그 중 국제 경기 경험이 전혀 없는 시오 월컷(17)이 포함된 것에 대해 언론과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오던 터에 마이클 오언(27ㆍ뉴캐슬유나이티드)이 부상으로 출전이 어려워지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은 “선택에 후회는 없다”며 “웨인 루니와 피터 크라우치가 건재하고 미드필더 스티븐 제라드를 공격수로 올리면 된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속 마음까지 그럴까.
루이스 펠리프 스콜라리 감독을 영입하면서 40년 만에 첫 16강 진출을 이뤄낸 포르투갈은 선수들이 ‘첫 경험’ 에 대한 부담감을 어떻게 떨치느냐가 가장 큰 숙제. 더구나 상대는 FIFA랭킹 3위 네덜란드다. 반면 네덜란드는 상대 전적(1승3무5패)에서 뒤지는 포르투갈을 만나는 것이 여간 껄끄럽지 않다.
이탈리아는 최강 브라질과의 맞대결을 피해 한숨을 돌린 눈치지만 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 태극전사를 이끌고 골든골 패배를 맛보게 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번에는 ‘사커루(호주 대표팀)’를 앞세워 ‘아주리 잡기’에 나설 태세라 머리가 아프다.
FIFA 랭킹 1위 브라질은 가나(랭킹 48위) 돌풍 경계령을 내렸다. 체코, 미국을 잇따라 격파하며 죽음의 조를 거뜬히 통과한 가나의 기세가 태풍으로 변할까 걱정이다. 이겨도 본전, 지면 큰 망신거리가 될 것이 뻔한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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