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7ㆍ26 국회의원 재보선 공천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거물급 공천 신청자들이 하나 같이 찜찜한 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갑에선 ‘창심’(昌心)이 문제다. 이회창 전 총재가 자신을 10년간 보좌한 이흥주 전 특보를 적극 밀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이 전 총재를 만난 한 고위당직자는 “이 총재가 ‘나를 열심히 도운 측근들이 거의 뱃지를 달았는데 이 특보만 아무 배려도 받지 못해 일생의 빚이 되고 있다. 도와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 공천심사위원은 23일 “전직 당 대표가 입김을 넣었다고 공천을 주는 것은 구시대적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이 전 총재의 상징성을 무시할 수도 없다”고 털어 놓았다. 다른 공천심사위원은 “다른 신청자들 중 창심을 물리칠 정도로 지명도나 경력이 출중한 인물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지역 일꾼인 국회의원을 뽑는데 특정 인사에 대한 배려가 개입되면 오만한 온정주의로 비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견이 분분하자 차라리 신선한 인물을 영입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 성북을에 공천 신청을 한 허준영 전 경찰청장은 참여정부에서 치안비서관과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을 지낸 전력이 문제다. 허 전 청장은 공천 신청 직후 한 핵심 당직자를 찾아가 “억울하게 옷을 벗으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한나라당에서 일해야겠다고 다짐했다”면서 “여당에서 정동영 전 의장이 나오면 꼭 맞붙고 싶다”고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한나라당이 지방선거 때 그를 대구시장 후보로 영입하는 방안도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당내 기류는 허 전 청장의 갑작스러운 변신에 반감이 높은 쪽이다. 공성진 의원은 “우리가 배신자나 받아들이는 쓰레기 집합소냐”고 비난했다. 물론 당에 경찰 인맥이 필요하고, 인지도 면에선 허 전 청장을 따를 카드가 없다는 의견도 일부 있다.
10여명이 공천 신청을 한 경남 마산갑에선 ‘안풍’(安風) 사건으로 정계를 떠났던 강삼재 전 사무총장의 컴백이 논란이다. “한나라당 시계는 대체 몇 시인가”(심재철 의원)라는 비판 등 과거 회귀와 차떼기 오명의 부활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당을 위해 모든 것을 안고 떠난 사람을 외면해선 안 된다” “수천 억원을 관리하면서 한 푼도 손 대지 않은 것을 평가해야 한다”는 동정론도 있다.
당 공천심사위는 이번 주 의원들을 현지에 보내 지역민심을 살펴보았고 내주에 면접과 여론조사 등을 실시, 이 달 30일까지 공천을 확정한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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